- 비문해 ZERO 평생학습도시조성사업
- 늦깎이 학습자들의 유쾌한 인생 2막의 장
- 한글‧영어‧수학부터 교양까지 일석이조
황혼을 넘긴 노인들의 인생 전성기는 언제일까.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청춘을 그리워했지만 이제는 백세 시대라고 할 만큼 ‘시니어’ 시대에 전성기를 맞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전쟁, 가난, 시대적 상황 탓에 배움을 뒷전으로 여기고 오로지 가정을 위해 헌신해 온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배움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공간, 군산시늘푸른학교다.
군산시늘푸른학교는 ‘배움’을 가까이하는 시니어들의 열정이 가득 차 있다. 군산시는 2007년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된 이래 시민들에게 다양한 분야의 평생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평생학습 인식을 확산시키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중에서도 어려운 환경으로 글을 배우지 못한 비문해자들을 대상으로 교육기회를 제공해 왔다. 군산시늘푸른학교는 누구나 교육받을 수 있는 기본 권리조차도 누리지 못한 채 세상과 단절된 이들에게 문해교육이라는 찾아가는 교육 서비스 체계를 구축했다.
◇ 비문해 ZERO 학습도시 조성사업
지난 2008년 4월 ‘非文解(비문해) ZERO 학습도시 조성사업’이 시작되었다.
군산시, 노동부, 기업체가 협약을 맺어 노동부의 사회적일자리창출사업과 함께 시작돼 32명의 문해교육사를 양성하고 경로당, 읍면동 주민자치센터, 문해교육단체 등에 문해학습장을 개설했다.
2014년에는 군산시 문해교육기관과 협약해 소나무처럼 늘푸른 마음으로 변함없이 평생학습에 참여한다는 의미로 ‘군산시늘푸른학교’라는 명칭으로 통합해 문해교육 사업을 추진했다.
매주, 3일 한글수업을 비롯한 영어, 한자, 수학 등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내용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중등학력까지 인정받을 수 있도록 예비 중학과정을 운영한다.
또 디지털 문해교육 및 청소년과 더불어 공부하기 프로젝트, 현장체험학습, 문해한마당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문해학습자와 지역 주민이 함께 소통하고, 문해 학습장을 평생학습의 지역 거점의 장으로 활용해 평생학습 문화를 확산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현재 43개소 56개 과정을 통해 690여명의 학습자가 문해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 문해교육 분야 최우수 도시로 선정
시는 2010년 문해교육 분야에서 최우수 지자체로 선정돼 교육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시는 지자체 중심으로 민간 기관과 협력해 통합지원체계를 구축했으며, 지역 전체의 문해교육을 주도해 왔다. 또한, 민관 협력 체계의 교육시스템으로 타 도시와 차별화된 학습 규모를 가지고 체계적이고 내실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며, 지속가능한 학습환경 마련과 학습자의 학습이력 및 교육의 질 관리에 힘써 왔다.
여성들의 경제 활동 증가에도 기여했다. 현재 30명의 문해교육사가 군산시 문해교육 현장을 책임지고 있다. 대부분 경력단절 여성들이 채용돼 문해교육사로 활동함에 따라 사회적 일자리 창출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보다 전문적인 역량을 키우기 위해 매년 연수 및 워크숍, 교원연수과정 등을 통하여 교사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했으며, 부교재 연구 및 개발, 학습자 상담 및 관리 등을 통해 학습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타 도시 관계자 및 문해교육사들의 벤치마킹이 쇄도할 만큼 전문성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큰 성과는 비문해자들이 주변의 도움 없이 혼자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자신감을 향상시킨 것이다. 글을 깨우친 후 버스 노선을 읽고, 은행‧병원 등 관공서를 혼자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더 나아가 전국 편지쓰기 대회 및 시화전 등에서 수상함으로써 학습자의 자존감을 높이고 동시에 세상과의 소통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 ‘초등학력인정’ 졸업장 가슴에 품다
나이 일흔이 넘어 한글 공부를 시작하게 된 비문해자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할머니는 일학년’. 군산시는 지난 2012년 비문해자들을 대상으로 영화사와 군산 롯데시네마와 협력해 이 영화를 관람하는 한편 영화 감독과의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또한 문해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고자 롯데마트, 공설시장 등과 협력해 학습자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시민들의 격려 스티커 붙이기를 실시했다. 지역 주민과 비문해자들이 문해교육을 통해 하나가 되는 시간이었다.
2014년에는 전국의 비문해자들이 함께 소통할 수 있도록 교육부와 KBS와 함께 ‘도전 골든벨’을 추진했다.
2016년 전라북도에서 처음 시행한 초등 학력인정 문해교육 프로그램 지정에 따라 학습자들은 단순 기초 문해교육에서 평생의 소원이었던 초등 학력인정이라는 졸업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초등학력인정과정은 성인학습자가 문해교육 프로그램 이수를 통해 의무교육에 해당하는 초등학교 학력인정을 받을 수 있는 제도로 우리시에서는 2년간 63명의 성인 학습자가 초등학력을 인정받아 전라북도교육감으로부터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았고 올해는 43명의 학습자들이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았다.
또한, 문해학습자들이 졸업 후에도 지속적인 학습을 위해 졸업생들로 동아리를 구성하여 유치원 및 초등학교와 연계한‘동화책 읽어주는 할매교사’사업을 추진해 18개소 38학급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 1~3세대 간 소통의 장 마련
2016년부터는 1·3세대 간의 친밀감을 형성해 세대 통합을 조성하고자 청소년 방학 기간을 이용한 인생의 멘토인 군산시늘푸른학교 문해학습자들에게 받아쓰기, 셈하기, 핸드폰 문자 보내기 등 보조교사로 봉사 활동을 하는 세대공감 커뮤니티 <청소년과 더불어 공부하기 프로젝트> 사업을 추진했다.
현재까지 150명의 청소년들이 문해학습장에서 디지털 문해교육 보조교사 봉사 활동을 실시했다.
매년 문해한마당을 통해 문해학습자의 학습 성과를 축하하고 학예 발표를 통한 축제의 장을 마련해 학습자간의 화합과 소통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장기자랑과 명랑운동회를 통한 자신의 끼와 흥을 발산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하고 학습자 간의 교류를 통하여 배려와 질서를 배우는 체험의 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올해로 12번째 문해한마당을 개최해 학습자와 교사의 입장에서 흡족한 행사가 진행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즐기는 등 만족스런 행사로 마무리 할 수 있었다.
김혜진 / 2019.07.03 16:3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