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행초서 ‘재신자무불능야’, 믿는 자에게는 능치 못할 일이 없느니라(마가복음 9:23)
손끝에서 피어나는 ‘여운’과 ‘여백’
서예를 통해 일구는 추수
붓글씨를 쓰기 위해 먹을 갈 땐 너무 탁해도, 묽어도 안 된다. 이러한 과정으로 미루어 볼 때 먹을 가는 것은 하나의 수행이 아닐까.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시절까지 탁구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활동하면서 체육을 전공하다가 30대 중반 서예를 입문한 범농 남궁세창 선생(웅포중학교 교장)은 ‘묵의 농사꾼’이다.
1996년 처음 입문 당시 ‘동원서시(현 동원서예학원)’라는 곳에서 글씨를 배우고 싶어 시작한 활동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동원 손현주 선생에게 사사했으며, 젊은 청년이 서예를 배우는 모습을 본 나이 지긋한 수강생들에게 “열심히 지도받는다”고 칭찬받기도 했다.
“먹을 갈 때 근심걱정이 사라져요. 서예는 하나의 수행이죠. 먹이 너무 탁하거나, 묽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이미 이 과정이 하나의 공부에요.”
그는 오는 22일 오후 2시부터 26일까지 군산예술의전당 1층 제1전시실에서 ‘묵의 향기’라는 제목으로 전시회를 갖는다.
회갑을 맞아 26년 동안 공부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싶다는 마음에서다.
행초서(초서체), 고전 대상작, 국전 특상작, 서각(나무에 글씨 조각을 새긴 것), 와각(기와에 새긴 것) 등 40여 점을 선보인다.
그는 “감회가 새롭다”며 “작품 수도 어느정도 있어야 하고, 전시 계약, 액자, 팜플렛 등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전시하기까지의 과정이 복잡한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 만든 작품이 여러 분들에게 보여지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면서
“자녀들에게도 아버지가 꾸준히 서예 공부를 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그는 26년간 묵의 농사꾼으로 살아 왔다. 스승인 동원 선생은 붓을 처음 든 체육인 제자의 모습을 보고 “(서예나 체육이나)예체능은 하나다”라고 말했다.
“선생님께서 묵의 농사를 열심히 하라고 붙여 주신 ‘범농(凡農)’이라는 호를 가지고 서예에 몸을 담고 살면서 이번 전시로 추수를 거두고자 한다”며 “처음 선보이는 개인전이기에 부족함이 많지만 묵향 가득한 서실과 깨끗한 화선지에 먹선이 적셔질 때의 희열이 더욱 힘을 내게 한다”고 밝혔다.
김혜진 / 2022.07.20 15:5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