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방비로 도심 활보하는 유기견, 시내 곳곳에서 발견
기르다 버려지거나 방치돼 무리지어 다니기도
반려동물은 ‘평생 가족’이라는 성숙한 시민의식 필요
“무방비로 거리를 활보하는 개들로 인해 깜짝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에요. 날씨가 추워지면서 걱정도 되고요….”
지난달 25일 오후 4시 짬뽕거리 일대. 코로나19로 인해 비교적 한산해진 거리에 몇몇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유를 물어 보니 개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스피츠와 포메라니안으로 추정되는 개 두 마리가 발견됐고, 지저분한 생김새로 보아 버려진 개임을 알 수 있었다.
군산시 농업축산과에 유기견 출몰 시간, 장소를 신고하니 유기동물 보호소 차량이 도착했다. 비교적 얌전한 개는 무사히 구조됐지만, 사람을 경계한 다른 개는 보호소 차량이 도착하기도 전에 달아나 버렸다.
유기동물 보호소 봉사자는 “코로나19로 문을 닫는 업체들이 늘면서 거리에 개들이 자주 출몰하고 있다”고 했다. 구조 전 개들을 찍은 사진을 보여 줬다. 봉사자는 “도망간 이 개(포메라니안 추정)는 지난 5월부터 SNS에 목격담이 자주 올라왔다”고 했다.
코로나19 등 경기 불황으로 버려지는 개들이 거리 곳곳에 발견되고 있다.
다수 주민 등에 따르면 방치된 유기견들이 쓰레기 봉투를 헤집고 다니거나 차도로 불쑥 튀어나와 운전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시에 따르면 1월부터 10월까지 유기동물 개체 수는 총 1,422두로 월별로 살펴 보면 1월 153두, 2월 136두, 3월 166두, 4월 152두, 5월 166두, 7월 150두, 8월 125두, 9월 111두, 10월 105두가 유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주인에게 반환된 경우는 135두로, 전체 유기동물의 10%도 못 미친다.
동물을 유기하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최근 들어 경기 침체로 공장, 가게의 휴‧폐업이 늘어나면서 기르던 개들이 버려지거나 방치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유기동물들은 거리를 전전하다 피부병과 기생충 등 질병 감염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고, 오랜 시간 구조되지 못할 경우 영양 실조에 걸리거나 들개 신세를 면치 못한다.
군산은 유기견이 발생하면 유기동물보호소로 인계해 보호받게 한 뒤 열흘간의 공고 기간을 거쳐 입양 절차를 밟는다.
올해는 2억9,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보호소에 월 2,000만원을 제공하고 두당 3만6,000원씩 도비를 지원한다.
군산의 경우 안락사를 바로 시키진 않지만, 건강이 좋지 않아 자연사하는 경우도 많다.
영동에서 만난 시민 A(42)씨는 “키울 수 있는 여건과 책임감이 없는 사람들은 반려동물을 키울 수 없게 해야 된다”며 “반려동물을 평생 가족으로 생각하고 키우기 전 신중히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군산시 관계자는 “반려견을 입양할 때 유기동물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하는 등 입양 조건을 강화하고 있다”며 “생명을 키우는 일에 대한 책임의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혜진 / 2020.12.03 14:3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