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보릿대 태우는 연기에 다수 시민들이 민원을 호소하고 있다. ‘망종’ 절기를 맞아 보릿대를 태우는 일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허가되지 않은 시설과 논밭에서 그대로 태우면 폐기물관리법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현행 ‘폐기물관리법’에 따르면 불법 소각 시 적발되면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농민들의 생계를 생각하면 적은 금액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복하여 이러한 일들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릿대를 태워야 하는 농민들의 사정도 없진 않다. 보릿대의 성질이 억세고 질기기 때문에 소각하지 않으면 남은 보릿대가 자라나는 벼의 생육에 지장을 준다.
즉, 벼농사를 할 때 보릿대를 제때 제거해 줘야 모내기에 수월하다는 말이다. 수거된 보릿대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도 쉽지 않다.
볏짚(벼의 이삭을 떨어낸 줄기)은 메주를 말리거나 가축의 사료로 사용되는 등 쓰임새가 다양하다.
축산연구소에 따르면 거세된 한우를 오래 키울 때 담근 먹이 대신 볏짚을 주면 지방색의 뚜렷해져서 유리한 등급을 받고, 육질 등급도 향상된다. 즉, 볏짚은 우리가 먹는 밥상과도 연관되어 있다.
반면 보릿대는 소화 효율이 떨어져서 마땅히 사용할 용도가 없다. 군산시는 지정된 농업폐비닐 수거 용역 업체에 협조를 요청해 보릿대 일부를 수거할 계획도 있으나 지정된 장소에서 소각‧수거‧처리해야 하는 시간도 적지 않다.
그러나 시내권 주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시골과 가까운 아파트, 주택 단지일수록 매캐한 연기를 직접 맡는 피해를 심각하게 호소한다. 연기 냄새 자체가 나쁘고, 다양한 유해물질들이 발생하기 때문에 일상 생활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는 것이다. 운전 중 연기로 인한 시야 방해, 화재 발생 등 2차 피해도 무시할 순 없다.
미세먼지가 가장 문제다. 농업잔재물 소각은 생물성연소 중 가장 많은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한다. 실제 보릿대를 태우는 논밭 인근 공기질은 ‘매우 나쁨’을 나타냈다.
시민들은 군산시 홈페이지를 통해 ‘보릿대 태우는 행위를 막아 달라’는 민원을 제기하며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싶은 권리를 호소하고 있다.
이쪽 저쪽의 사정을 두루 살펴야 하는 군산시의 입장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민원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대안책을 마련해야 한다.
행정처분보다는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 보릿대를 이용한 퇴비 제조 방안, 농업잔재물을 펠렛(압축해 만든 작은 조각) 형태로 가공해 고 효율 연료 등으로 2차 활용을 할 수 있는 방안 마련도 고민해 볼 일이다.
김혜진 / 2021.06.24 09:5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