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소녀상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회복을 위해 만들었다. 단발머리는 부모와 고향으로부터의 단절을, 발꿈치가 들린 맨발은 전쟁 후에도 정착하지 못한 피해자들의 방황을 상징한다.
군산 평화의 소녀상은 지난 2015년 동국사 안에 세워졌다. 어린 나이에 위안부로 끌려간 소녀들이 고국을 그리는 모습을 담아 서 있는 모습으로 제작했다.
건립 6주년을 맞은 지금, 군산의 소녀상이 주는 메시지가 시민 혹은 관광객들에게 잘 전달 되고 있을까. 호불호가 갈리지만 장소가 적절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당시 이 사업을 추진했던 핵심 관계자들의 기억을 종합해보면 근대 혹은 일제 강점기를 상징할 수 있는 장소인 옛 군산부청사(시청사) 혹은 근대역사박물관 앞에 설치하길 바랐으나 현재 퇴직한 시청 모 국장의 입김으로 현 위치인 동국사로 들어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물론 동국사의 역사적 의미, 일본 조동종에서 한국 침략에 대해 용서를 빈 ‘참사문’ 옆에 자리잡은 것에 나름대로 상징성을 부여할 수는 있다.
하지만 다른 도시들과 달리 절(동국사) 내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은 끊임 없이 제기됐다.
평화의 소녀상 건립 의도부터 생각해 보자. ‘기억과 교훈’이다. 원치 않는 삶을 강요당했던 소녀들의 아픔을 기억하고, 다시는 인간의 존엄성을 말살하는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진 도시들을 보면 시청, 공원, 광장 등 인파가 몰리는 곳이 대부분이다. 오산, 성남 평화의 소녀상은 시청 광장, 전주는 풍남문 광장, 대구는 중앙공원에 세웠다.
동해의 소녀상은 시 문화예술회관 앞 광장에 위치해 있으며 지난해부터 동해시 공공조형물로 관리되고 있다. 이런 장소를 택한 건 소녀의 상에 주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이다.
서동완 군산시의원은 시의회 5분 발언을 통해 “더 많은 시민들과 군산을 찾는 관광객들이 평화의 소녀상의 의미를 승화시킬 수 있도록 동국사 밖으로 옮기는 것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절 안에 위치한 소녀상을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는 이유는 한정된 사람들만이 바라보는 소녀상이 아니라 누구나 바라볼 수 있는 장소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 때문이다. 누구든지 이 소녀의 상을 바라보면서 다시는 그와 같은 치욕의 역사가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말이다.
장소는 의미를 갖는다. 그런 의미에서 동국사 경내의 소녀상이 군산을 대표하는 상징성 높은 장소로 이전되기를 희망한다.
이미 6년여가 지났지만 특정한 인사에 의해 소녀의 상 건립 부지가 바뀌었고, 그 것을 바로잡지 않고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건 옳지 않은 일이다. 군산시는 소녀의 상 건립 부지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길 바란다.
김혜진 / 2021.02.09 10:28: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