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일 본지 회장
기껏 ‘인내’하며 견디고 있는데, ‘비상 계엄’이라고?
잊었던 일들이 생각난다. 군화 소리. 취루탄 냄새. 독재 타도, 민주 쟁취. 광주 학살 만행 영상….
촌에서 태어나 청춘을 보냈고, 사업을 한답시고 이리 저리 메뚜기처럼 뛰어 다니다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벌써 육십이 눈 앞이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자면 ‘아직도 육십이 멀었다’, 혹은 ‘이제 오십 중반 넘었는데 뭘’ 이라고 해야겠지만, 요 며칠은 도무지 긍정적여지지 않는다.
인간의 생명이 어디까지 가겠는가. 기껏 욕심을 내봐야 100년이다.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하며 주변에 민폐나 끼치지 말아야지.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다.
아직도 갈 길이 먼데, 왜 그렇게까지 체념 비슷한 생각을 했냐면 보이지 않는 거대한 적 때문이다. 이제 반환점을 돌았다 생각했다. 2024년 11월 10일의 일이다. 눈 딱 감고 버티자고 스스로 위로했다. 그렇게 12월을 보내자고.
비상 계엄, 공동 정부, 탄핵 불참….
누굴 촌놈 얼치기로 보셨나? 무슨 서부 활극도 아니고, 아이들 병정 놀이도 아니고 이게 도대체 뭐냔 말이다.
국민을 개 돼지로 보지 않았다면 이런 얼치기 병정놀이를 했을까. 누굴 죽이려고 ‘비상계엄군’을 국회로 보냈을까. 그 새벽만 생각하면 열 나고 가슴이 떨린다.
하수상한 일들이라치면 먼지처럼 흩날리는 게 일상이 되어버린 요즘이다. 내일이 올지 모르지만 포기할 수는 없다. 이 시국에 우울하다고 하루를 건너 뛸 수는 없는 일이다.
어쩌면 살아 온 날보다 살아갈 날들이 적으리라. 내 가슴 속의 적을 내려놓고 그렇게 생각하며 떨어지는 낙엽 한 닢에도 의미 부여를 하며 지내왔다.
선량이여, 국민의힘이 아니라 국민의적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피해봤댔자 며칠이다.
나같은 ‘촌놈’에게 탈탈 털리고, ‘살려달라’ 때늦게 빌지 말고 스스로 탄핵에 참가하고 ‘석고대죄’하라.
국민은 고귀하거나 비천하거나 애나 어른이나 젊거나 늙었거나 여자나 남자나 다 똑같다. 특권일랑 내려놓고 평민으로 마주하자. 국회 탄핵 투표로 말이다. 그래서 먼지가 되어 서로에게 날아가 보자.
“먼지가 되어 날아가야지, 바람에 날려 당신 곁으로(김광석의 ‘먼지가 되어’ 가사 중에서)”처럼, 보이지 않게 이번엔 끝장내자. 그래야 우리 모두가 산다.
박승일 본지 회장 / 2024.12.10 16:5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