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이 넘어가는 것과 동시에 진우는 바닥에 널브러졌다. 그러나 튕겨나듯 일어나 넘어간 기계를 확인했다. 바깥쪽으로 돌아간 기계의 팔과, 가슴에 달린 계기판이 진우의 성공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좋았어!”
벅차오르는 기쁨에 진우가 소리쳤다. 그리고는 간신히 문턱을 넘었다는 안도감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작은 성공이었지만 자부심이 피어오르기까지 했다.
제 자리로 돌아간 진우는 선수, 가영, 희연과 함께 기쁨을 나누었다.
다음 차례인 선수가 기계 앞에 섰다. 그는 몇 번이나 시험을 치러본 것처럼 의연한 모습이었다. 선수는 복싱선수처럼 가볍게 어깨를 푼 뒤 팔씨름 기계와 맞붙었다. 움직임에 군더더기란 없었다. 팔씨름 기계를 노려보는 눈빛에는 자신감이 가득 차 있었다.
“흡!”
작은 외침과 동시에 팔이 넘어갔다. 기계 앞에 서는 것부터 성공까지 짜놓은 것처럼 너무도 매끄러운 흐름이었다. 지켜보던 천사들도, 다른 응시생들의 반응도 예상했던 대로라는 듯 했다.
“으랏차!”
선수는 백두장사처럼 일어나 두 팔을 하늘로 뻗었다. 내게 실패란 없다! 그의 얼굴이 그렇게 주장하고 있었다.
연달아 합격자들이 나타나자 카무엘의 얼굴에 불쾌함이 떠올랐다. 다른 천사들도 눈치 채지 못했지만 뒷짐 진 주먹에도 울퉁불퉁하게 핏줄이 돋아났다.
그런 가운데 마지막 도전자인 가영의 차례가 왔다. 팔씨름 기계 앞에 선 그녀의 표정은 조금 굳어 있었다. 선수와 진우가 통과한 시점에서 혼자만 탈락할 것 같은 불안감이 어깨를 짓눌렀다. 마냥 웃고 있는 팔씨름 기계가 밉살스러워 보였다. 가영은 ‘만약 못 넘기게 된다면 저 기계의 뺨이라도 때려야지.’ 라고 다짐했다.
가영이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기계의 손을 잡았다. 그런데 그 순간.
덜컹!!
기계의 팔이 휙! 하고 넘어갔다. 넘어갔다기보다는 도망쳤다는 표현이 어울릴 움직임이었다. 가영의 손가락이 닿자마자 일어난 일이었다. 기계의 가슴에 달린 스피커에서 팡파르가 울리며 머리에서 축포가 터졌다.
시험장의 모두가 당황에 잠시간의 침묵이 이어졌다.
놀란 가영이 뒤로 물러나 말했다.
“기계를 고장 내 버렸나 봐요.”
“무언가 잘못된 것 같군요.”
카무엘이 대답과 함께 두 천사가 나와 기계를 점검했다. 돌아간 팔을 원위치 시키고 뒤쪽의 리셋 버튼을 눌렀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악마의 눈이 번쩍거리더니 짧은 알림음이 울렸다. 이리저리 살펴보던 천사가 직접 기계의 팔을 잡고 힘을 주었다. 그 어떤 도전자보다 쉽게 팔이 넘어갔다.
“다시 해 보시죠.”
가영은 차분하게 의자에 앉아 심호흡을 하고 기계의 손을 잡았다. 그러나 손가락 한 마디가 닿자마자 그대로 팔이 쓰러졌다.
채명룡 / 2018.10.10 21:1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