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엔젤)
남자는 끝끝내 팔씨름 기계를 이기지 못했다. 화상을 입은 것처럼 온몸이 달아올라서 숨을 헐떡이는 모습은 안쓰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화가 난 그는 신경질 적으로 팔씨름 기계의 손을 때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첫 번째 도전자의 처절한 실패에 기세가 꺾였는지 연달아 두 명이 실패했다. 기를 쓰고 달려들었지만 팔씨름 기계는 처음부터 넘길 수 없는 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희연의 차례가 왔다. 키가 작은 희연은 의자 위에 쪼그리고 앉아 엉거주춤한 자세로 팔씨름 기계의 손을 잡았다. 팔씨름 기계의 손은 앞선 응시생들의 체온이 남아 따뜻했다. 앞의 도전자들이 줄줄이 탈락하는 것을 봤지만 희연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녀가 작게 콧김을 내뿜으며 말했다.
“할게요!”
포동포동한 손에 힘을 주며 희연이 몸을 틀었다.
휙!
거짓말처럼 팔씨름 기계의 팔이 가볍게 돌아갔다.
“우와! 넘어갔어요!”
놀란 희연이 외쳤다. 눈도, 입도 동그랗게 뜬 그녀는 천사들과 응시생들을 돌아보았다. 그리곤 팔짝팔짝 뛰며 가영에게 와 안겼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응시생들과 성공을 의심하던 이들 모두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다음 차례는 진우. 진우는 선수, 가영의 응원을 받으며 앞으로 나왔다.
반면 이미 실패한 응시생들은 다른 눈빛을 품고 있었다. 희연의 성공으로 자신감이 구겨진 상황에서 또 다른 성공을 바라지 않는 바람이었다. 그들은 진우의 실패로 인해 자신들의 부끄러운 과거가 잊혀지길 기대했다.
진우는 ‘웃음거리가 되지는 말자.’고 다짐하며 팔씨름 기계와 맞잡았다. 손바닥 사이에 작은 벌레가 들어간 것처럼 간지러움이 느껴졌다.
‘할 수 있어!’
스스로를 응원하며 오른팔에 모든 힘을 실었다.
턱!
큰 벽이 느껴졌다.
“어?”
얼떨떨한 표정으로 진우가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흐릿하게 미소를 짓고 있는 카무엘의 얼굴이 보였다.
이건 무리야. 누군가가 속삭이는 것 같았다. 진우는 다시 몸을 기울이며 눈을 질끈 감았다. 이빨이 부서져라 있는 힘껏 물었다.
끼기기긱.
팔씨름 기계가 신음소리를 냈다. 아주 천천히 기계의 팔꿈치가 움직였다.
“제발 넘어가라!”
진우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쳤다. 팔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쿵!!
채명룡 / 2018.10.06 14:4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