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우는 가슴이 벅차다는 감정을 태어나 처음으로 느꼈다. 우시라엘을 지켜볼수록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로 가슴이 먹먹해지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가슴 구석에 티끌처럼 숨어있던 천사에 대한 의심이 깡그리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다른 후보생들도 진우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는지 격한 반응을 보였다. 다리가 풀린 가영은 무릎을 꿇은 채 주저앉아 버렸고, 선수는 허탈한 웃음을 끊임없이 이어나갔다. 희연은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폴짝폴짝 뛰었다. 눈물을 흘리는 후보생, 노래를 부르는 이도 있었다. 그런 후보생들을 위한 듯, 우시라엘의 날개는 아주 천천히 호흡을 하는 것처럼 흔들렸다.
잠시 후 한 차례 펄럭인 날개가 몸 안으로 스며들어가듯 사라졌다.
“이제 동기 부여가 되었습니까?”
우시라엘이 한껏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우며 물었다. 후보생들은 환각제라도 들이킨 것처럼 쉽게 현실로 돌아오지 못했다.
***
휴게실.
저녁 식사 시간에도, 식사가 끝난 후에도 진우는 물통을 몸에서 떼놓지 않았다.
다. 비단 진우만이 아니라 다른 후보생들 또한 사막에서 길을 잃은 여행자처럼 시도 때도 없이 물을 들이켰다.
“야, 그만 좀 마셔. 침대에 은하수라도 그릴 생각이야?”
보다 못한 선수가 진우의 배를 찔렀다. 진우는 볼록 부푼 배를 내려 보면서도 입에서 물통을 내려놓지 않았다. 한 모금 남은 물은 거침없이 진우의 입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하나 더 비웠다. 끄윽.”
진우는 빈 물통을 그대로 집어 저 앞에 보이는 쓰레기 통으로 던져 넣었다. 커다란 쓰레기통은 이미 빈 물통으로 가득했다.
“그렇게 마시면 아무리 날개 씨앗이래도 퉁퉁 불어 터지겠다. 도대체 아까부터 물을 얼마나 마신거야?”
“3, 웁…. 3리터.”
진우가 입을 틀어막으며 대답했다. 이제는 숨만 쉬어도 물이 역류할 것 같았다.
“그만 들어가서 자야지. 내일부터는 더 정신없을 것 같은데.”
선수가 일어나며 말했다. 가영도 냉큼 일어나 선수의 손을 잡았다. 몸을 일으키던 진우는 그대로 다시 풀썩 주저앉았다.
“먼저 가. 난 조금 더 있다가 들어가야겠다.”
진우는 배를 쓰다듬으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선수와 가영은 손을 흔들어 보이곤 개인실로 돌아갔다.
***
밤 11시, 휴게실에 혼자 남은 진우는 생각에 잠겨 있었다.
오전 7시가 기상 시간이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후보생들은 일찍 잠에 들었다. 복도는 기침 소리 하나 없이 고요했다. 진우의 흘리는 흥얼거림만이 잔잔하게 주변 공기를 흔들 뿐이었다.
멀리서 들리는 담담한 발소리에 진우가 흥얼거림을 멈췄다. 휴게실로 들어선 사람은 수진이었다. 그녀는 휴게실에 사람이 있는 것을 보고 흠칫 놀란 모양이었다. 더군다나 그 상대가 진우라니. 두 사람은 눈을 마주치고도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안녕.”
침묵을 깨고 수진이 먼저 인사했다. 그녀는 자판기에서 콜라를 뽑아 진우의 맞은편에 앉았다.
“인사 안 할 거야? 섭섭하게.”
수진이 물었다. 진우는 뛰기 시작하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대답했다.
채명룡 / 2019.03.13 14:5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