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 작품이라고요?, 발칙한 시집 ‘시발(詩勃)’
군산에서 나고 자란, 천생 ‘소녀 감성’
시인은 작품으로 말한다.
이 말에 꼭 맞는 군산을 대표하는 전재복 시인이 여섯번째 시집 ‘시발(詩勃)’을 냈다.
위트와 유머, 혹은 패러독스럼 독설 뒤에 숨겨진 웃음을 전하는 기법이 그녀에게 있었을까. 하고 많은 단어 중에 읽기도 심상찮은 ‘시발’을 썼냐(?)고 물어본다. 아마도 빙그시 웃어 넘길터이지만 말이다.
‘시발(詩勃)’을 내 식대로 해석하자면 ‘느닷없이 시가 왔다.’ 정도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집 제목부터 발칙하다니.....
시인의 향토 의식과 귀향 의식은 남다른 면이 있다. 시인의 눈은 익숙한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하제의 600년 팽나무, 수라 갯벌, 째보 선창, 해망굴, 똥메, 콩나물고개, 미원동 등등을 소제로 하는 작품이 나왔다.
세상이 빙빙 돌더라도, 멀쩡한 땅 가죽에 구멍이 뚫려 지상의 것들을 집어 삼키더라도, 산이 주저앉고 불타더라도, 그것은 지구가 몸부림치는 것이니, 괜찮다고 애써 위안을 삼는 일.(작품, 괜찮은가요?)
고무공장, 메리야스 공장, 연탄공장으로, 기차역, 해망동 날품팔이로, 부모는 돈벌이 가고 낮에는 온통 어린 것들만 살았지...... 미원동 294번지 아이들이 .....따개비처럼 닥지닥지 붙어서 자랐지(작품, 미원동 294번지)
이렇듯 전재복 시인은 삶을 저만치 떨어져서 보거나, 때론 현미경처럼 가까이 바라보면서, 그녀만의 감성지대로 이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어느 땐 사소하고 소소했다가, 어느 땐 날벼락 치듯 광야를 질주하는 시인에게 밥보다 구수한 시어(詩語)의 축복이 내리길 빈다.
채명룡 / 2024.11.26 17:2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