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폭 치마에 새긴 ‘나의 인생’
한복과 함께 한 외길 30년
한복 시장이 빌려 입는 시대로 변했다. 흐트러짐 없이 자신만의 디자인 세계를 열어 놓은 30년 한복 디자인 외길 인생 ‘한복 디자이너 서백화’.
예술의 전당에서 수송동 방향의 오른편 매장 쇼 윈도우 안에는 ‘서백화류’라고 부를 수 있는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한복의 세계가 펼쳐져 있다.
“세상에 있는 웬만한 문양과 도안은 내 손으로 다시 그려졌을 겁니다.”
복사기가 흔치않던 1980년대, 수많은 전통 문양과 도안들을 직접 손으로 그리는 혹독한 디자이너 수련을 이겨낸 그녀가 직접 만든 한복들이 남다르다.
“저가의 경우 10만원도 안되고 보통은 15만원, 고가의 경우 20~30만원이면 충분하거든요. 저는 최신 유행 디자인을 만들어서 공급하고, 고객들은 취향에 맞는 옷을 골라 입을 수 있으니 좋지 않을까요.”
시대의 변화에 맞춰주는 일이 또한 디자이너의 몫이다. 대여하는 한복이라 품질을 낮게 보았다간 실례이다. 최신 유행의 파스텔톤 한복으로 가득 찬 샵에 가보라. ‘그렇구나’하고 느끼게 될 터이니.
<매장 전경>
“예전 한복은 가슴 부분이 튀어 나와서 맵시가 안나왔어요. 팔을 살짝만 들어도 겨드랑이가 보이는 등 여자들이 무척 싫어했거든요. 지금은 치마로 그 부분을 감싸주고 양장 바느질로 마무리해주면서 편리하고 심플해졌죠.”
한복도 유행을 많이 탄다. 요즘은 원단 자체의 깔끔함을 추구한다. 소매통도 좁아졌고 목의 깃도 쌓아주는 식으로 부드럽게 처리한다.
오늘의 디자이너는 전통에 현대를 가미한 맵시 나는 옷을 만들고, 요즘의 색상을 입혀 고객들의 욕구에 맞춰주는 일이다. 꾸밈없는 열정과 담대함, 그리고 성실함이 주특기인 그녀이기에 그런 일을 가능케 할 것이다.
“내 자신만을 위하는 게 아니라 어려운 이들에게 기꺼이 손을 내밀 수 있는 사람, 나누고 베푸는 한복 디자이너로 기억되고 싶어요.”
디자이너가 직업이 아니라 지켜나가야 할 숙명으로 받아들인다는 그녀의 베푸는 인생이 더욱 기대된다.
채명룡 / 2020.01.17 09:37: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