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시, 구 시청광장에 소규모로 사업 벌여
야간 조명 위해 느티나무에 채운 결속선, 성장 방해
전문가들 “나무 생육에 지장, 결속선 느슨히 묶어야”
전주에 사는 관광객 A씨가 근대역사 관광지의 시작점인 이성당 앞 구 시청광장을 방문한 것은 지난 10월 중순이다.
단풍이 들기 전이라 잎들이 울창했는데, 나무들마다 굵은 전선줄이 매듭으로 묶여져 있고 조명 장치가 나무에 묶여 있었다는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플라스틱 결속 매듭이 나무 껍질을 파고들고 있었으며, 나뭇잎이 메말라 있는 현상도 눈에 띄었다.
A씨는 “말 못하는 식물이라고 조명을 켜기 위해서 너무 막 대하는 건 아닌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성당 앞 구 시청광장에 조성된 일명 ‘느티나무 숲길’ 속 나무들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사람들에게 산책로와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나무에 설치된 야간조명 때문이다.
커 나가는 나무에 전선과 조명기구를 묶어 놓는 바람에 나무의 성장이 방해되고 있었다. 시간차를 두고 확인해 봤더니 나무 생육 시기인 9월 중순(12일)에도 조명기구가 설치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식물과 나무를 키우는 전문가들에 따르면 나무에 조명을 비칠 땐 성장을 멈추고 휴면기에 들어가는 겨울철에 일시적으로 기구들을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나무에 조명을 매달면 생육에 지장을 주며,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나무 근처에 별도의 조명 설치대를 만들어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라는 조언을 들었다.
기자가 민원제보를 받고 취재를 시작하자 군산시 관계자는 “산림녹지과 직원에게 자문을 받아보니 밤 12시 정도에 조명을 끈다면 생육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는 자문을 받았다고 했다.
반면 식물 전문가들은 “한창 클 시기인 나무에 조명을 설치하면 발열로 인하여 잎마름(갈변) 피해가 생기는 데 이런 걸 감안했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또 “조명을 설치하려면 나무 생육에 지장이 적은 11월경에 했다가 성장이 활성화되는 이듬해 3월께 철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시 직원은 “나무에 전선과 조염기구를 연결하기 위하여 플라스틱 결속 장치로 묶은 건 식물 생육에 영향이 있다고 보고 시공업체에 개선을 요구했다”고 했다.
군산의 한 분재 전문가는 “느티나무의 경우 대개 봄에 길이 성장, 가을에 부피 성장이 이뤄지는데 플라스틱 결속 매듭을 묶어놓은 것은 잘못된 일”이라면서 “나무를 건강하게 가꾸기 위해선 빨리 결속선을 바꿔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조형물 자체를 제작하는 일은 환영할 일이다. 6,000여만 원이라는 소규모 사업비가 들어갔다고 하지만 잘 조성된 야간조명은 아름다운 산책로를 조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즐겨찾는 상징적인 장소에서 식물 생육을 감안하지 않은 야간경관조명사업이 벌어진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
김혜진 / 2020.11.12 16:0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