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0일 리츠프라자호텔 고인 추모 행사 열려
유고 문집 ‘월명산 소나무’, 시집 ‘나누기에 부족한 시간’
군산의 문화 예술인과 문인들, 추모 물결 이어져
작가와 시인은 작품으로 자신의 인생을 말한다. 그러나 문인들이 넘쳐나는 요즘 세상에서 그런 작가 정신 혹은 시 정신을 외치기란 여간 쉽지 않은 일이다.
시인으로써 그리고 향토사학자로써 한 평생을 불꽃처럼 살다 가신 고 이복웅 시인의 발자취를 기리는 문인들의 추모 행사는 그런 의미에서 지역 사회에 작은 울림을 던져 주었다.
지난 20일 오전 11시 군산 나운동의 리츠프라자호텔. 1년전 지병으로 세상을 뜬 이복웅 시인을 추모하는 이 지역의 문인과 교육자, 각계 인사 등 150여 명이 모였다.
고인이 생전에 써놓았던 기고문과 삶에 대한 생각 등이 담긴 글을 모아 유고 문집 ‘월명산 소나무’롤 만들었고, 일흔 넘어서 세상을 관조하는 혜안으로 써내려간 시편들을 모아 유고 시집 ‘나누기에 부족한 시간’을 만들었다.
군산대학교에서 교직원으로 근무하면서 시인으로써 문학청년들의 작품을 지도하고 자신의 시 세계를 넓혀왔던 고 이복웅 시인.
혼자만의 정신 세계가 아니라 문학을 통하여 세상과 소통하면서 향토 문학과 향토 문화의 접점을 넘나드는 활동은 한 명의 시인이 지역 사회에 얼마나 큰 울림을 줄 수 있는가를 보여준 본보기였다.
참석한 이경아 시인은 “향토 문화를 연구하고, 문화 예술과 함께 살면서 후진들을 양성하는 데 시간을 아끼지 않은 고인은 지역 사회에 시와 문학을 통해서 정서적 유대를 이어 주었던 산 증인”이라고 말했다.
‘군산의 지명 유래’ 등 향토사에 관심을 두면서 향토사학자로 이름을 떨쳤으며 채만식 문학을 연구해서 향토사적 관점에서 조명한 일은 그의 대표적인 성과이다.
87년 도서출판 친우에서 발행한 그의 첫 시집 제목은 ‘삐걱거리는 바다」였다. 당시만 해도 도시민의 정서라는 말이 사용되지 않았던 시기였는데, 아파트와 삶을 절묘하게 비틀어 낸 작품들을 발표하면서 도시적 서정을 간직한 ‘아파트의 시인’으로 불리기도 했다.
첫번째 시집에는 70년대 말기 ‘유신헌법’ 제정으로 장기 집권을 꿈꾸었던 군부독재 집단들을 향한 반항, 박정희 정부로 인하여 자유와 민주를 억압 받았던 시인의 저항 정신이 올곳게 들어간 작품들이 넘쳐 났다.
1980년 그의 나이 36세 때 시 전문지 ‘월간 시문학’에서 문덕수 시인의 추천으로 데뷔했다. 첫 시집 이후 ‘흔들리는 새들아’, ‘군산의 지명 유래’를 비롯한 다수의 저서가 있다.
채명룡 / 2024.02.20 16:3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