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라는 생선으로 요즘 먹방 프로그램이 뜨겁다. 방송 소제 구하기 힘든 먹방 프로그램의 특성상 앞으로도 ‘군산 박대’를 TV에서 자주 볼 수 있으리란 기대도 해본다. 한번 방송을 타면 이 곳 저 곳에서 나오기 마련이지만 첫 번째 ‘코’를 꿰기가 어렵고 힘들다.
프로그램 제작자가 ‘박대’라는 재료를 선택하도록 누군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태웠고, 그 결과 군산과 서해안 일부에서만 알던 생선 ‘박대’가 전 국민의 알아보는 귀하신 몸이 된 것이다. 군산의 특산물로 키우려는 군산시와 박대향토사업단이 흘린 땀의 결과이다.
국민적 관심이 뜨거운 만큼 그에 걸 맞는 육성과 지원 방안이 나와야 한다. 감나무 아래서 입만 벌린다고 감이 입에 들어오는 건 아니며, 자칫 ‘다 된 밥에 재 뿌리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좋은 결과는 피나는 과정을 먹고 산다.
TV프로그램 ‘한끼줍쇼’에서 마마무의 예쁜 아가씨 멤버 화사가 박대를 뜯어 한 입 가득 넣고 그야말로 ‘먹음직스럽게’ 먹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지난 24일 tvN에서 방영된 ‘수미네반찬’에서 군산출신 김수미 배우가 구수한 입담과 함께 박대구이·박대조림 만드는 법을 선보인 이후 ‘박대’가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한끼줍쇼’ 프로그램의 어머니가 박대를 사간 곳은 사실 서천시장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군산 박대의 지명도가 높아서 ‘군산박대’로 불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군산 박대’의 지명도를 높이는데 주력해 온 박대향토사업단이 그동안 헛일 해온 게 아니란 게 입증된 셈이다.
변변한 특산품이 없는 군산의 박대가 국민적 관심을 받는 수산물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지난 2002년 한·중 해운협정이 맺어질 때 ‘양쯔강’ 유역으로 출어하는 어선 수를 줄이기로 하면서 군산의 안강망 어선들이 대량 감축되면서 불 꺼진 항구가 되어갔다.
20여 년 동안 수산업이 목숨만 부지한 상태인데, ‘군산 박대’가 국민적 관심을 끌고 군산의 이름까지 드높이다니 놀랄 일이다.
그런데 전국에서 알아주는 ‘박대’가 군산에서는 찬밥 신세라고 한다. 박대를 명품으로 만들려는 사업도 올해면 끝난다는 것이다. 이제 걸음마를 떼었는데, 홀로 거친 바다에 나가서 살라는 말과 같다.
‘군산 박대’가 전 국민의 밥상 위에 오를 날이 머지않았으니 그 때까지는 후속 조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게 군산의 수산업을 살리는 길이다.
최근 군산박대향토사업단에 소속된 일부 업체가 나랏돈을 받아 지은 시설에서 생산도 하지 않은 박대를 불법유통 시키다 적발되었다. 이제 자리를 잡아가는 ‘군산 박대’에 재를 뿌리는 행위이며, 국민의 돈을 눈먼 돈으로 알았다는 반증이다.
군산시와 관계당국은 재발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검증하고, 지금이라도 그 업체를 사업단에서 탈락시키는 데 주저함이 없어야 된다. 특산품 불모지에서 이뤄낸 값진 결과이지만 무너지는 건 순간이다.
거센 풍랑이 예상되는 ‘박대 산업’의 앞길이다. 위험 요소가 있다면 미리 없애주는 게 진짜 군산을 위하는 일이다.
채명룡 / 2018.10.30 17:4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