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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웅의 음악이야기

연재 <음악이야기> - 이현웅

이현웅

  • 2019.04.16 17:41:19

연재 <음악이야기> - 이현웅

03. 슬픈 남자의 마지막 신청곡 -(1)

 

음악 감상 카페에서 술 취한 손님의 흔한 거짓말 중 하나는마지막 신청곡이다. 그 마지막은 진짜 마지막이 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대개 마지막 신청곡 이후에는 또 다른 마지막 신청곡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날, 그 남자도 그랬다. 카페 오픈 초기의 어느 겨울날, 단 한 명의 손님도 없이 공친 채로 카페 문을 닫으려던 순간에 들어선 남자는 메모지에 쓰지 않고 구두로 음악 신청을 했다.

“DJ! 멜라니 샤프카의쌔디스트 씽됩니까?”

남자의 첫 번째 신청곡은 이별의 아픔이 담긴 노랫말과 슬픈 멜로디, 가수의 애절한 보컬이 어우러진 노래였다. 흔히 세계 3대 슬픈 노래 중 한 곡으로 말하는 Melanie Safka(멜라니 사프카)이라는 곡이었다.

물론입니다. "

내 대답은 유쾌했을 것이다. 커피 한 잔의 매출보다는 카페에 어울리는, 음악을 좋아할 것 같은 손님이 왔다는 사실 때문이었으리라. 그런데 슬픈 보컬과 연주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 음악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다른 소리가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남자의 울음소리였다. 그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흐느끼고 있었다.

대체 어떤 곡절이 있기에 저리도 서글피 우는 것일까?’

그를 향한 궁금증과 호기심을 안고 나 또한 슬픔 음악에 심취하게 되었다. 그 독특한 상황이 깨진 것은 노래가 끝나갈 무렵 들려온 남자의 목청 높은 소리 때문이었다.

“DJ! 한 번만 더 틀어주시면 안 됩니까?”

평소, 같은 가수의 음악을 선곡하지 않는 어쭙잖은 고집을 30년 넘게 고수해온 나로서는 남자의 요청이 마뜩잖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청을 거절하기에는 그가 너무 슬퍼 보였다. 아마도 삼십 수년의 방송 역사상 처음인 일이었을 것이다. 똑같은 음악을 연이어 선곡한 것은.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안녕을 고하는 일이라고 노래하는 멜라니의 허스키한 음색이 폐부를 찔러오던 두 번째 곡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갑자기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비척거리며 걸어오더니 음악실의 턴테이블 쪽을 바라보며 소리치듯 말했다.

근데요, 이 노래 지금 LP로 트는 겁니까?”

아차 싶었다. 그 남자가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평정심이 흔들렸는지 LP 레코드가 있었음에도 의도치 않게 디지털 음원으로 내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에이, DJ! LP로 틀었어야지. 그 참, 프로의식이 없는 거 아냐?”

마치 아랫사람에게 훈계하듯 반말 투로 던지는 남자의 말에 기분이 언짢아지기 시작했다. 그를 돌려보내지 못한 것이 처음으로 후회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어찌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LP 음반으로 같은 신청곡을 세 번씩이나 들려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이제 이 곡이 끝나면 영업이 끝났음을 알리는 멘트를 하리라고 생각을 다졌는데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남자가 또 음악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카페 문 닫을 시간이 이미 지났다고 말했지만 그는 마지막으로 딱 한 곡만 틀어달라며 떼를 썼다.(계속)

 

이현웅

카페 음악이야기대표 DJ

군산시 신지길 66(지곡동)

 

 

세진렌트카국립군산대학교제이와이태원건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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