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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룡 기자의 이야기가 있는 ‘소설 탁류길’-(4)

채명룡

  • 2018.07.26 16:36:33

채명룡 기자의  이야기가 있는 ‘소설 탁류길’-(4)

 

일제강점기의 혼란한 상황을 초봉이라는 한 여인의 비극적인 삶을 통해 역설적으로 풀어낸 백릉 채만식의 소설 탁류’.

일제에 협력한 친일작가로 오르내리는 그는 혼란기를 살다간 논란 속의 작가들 중에서 유일하게 스스로 민족의 죄인이라는 작품으로 잘못을 구했다.

 

작가 채만식이 그의 일생을 내놓으면서 작품으로 참회했다는 건 인상적이다. 자존심 하나로 살다 간 작가들의 일생과 혼을 높이 샀던 시절이다. 요즘은 흔히 잘못을 저지르고, 또 인정하고 사과하면 그만이라는 행태가 입에 오르내린다. 그러나 지켜야 할 걸 지키고 살아간다면 자존심을 쉬게 내놓는 일이 이 사회에 익숙하게 퍼지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했다.

터덕터덕 걸어 째보선창이 시작되는 삼각형 주차장 앞에 서서 탁류의 채만식처럼 하나님 앞에서 누군들 죄인이 아닐까, 잘못한 것을 잘못했다고 하는 이에게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 것인가 하고 물음을 던진다.

 

언뜻 윤동주의 서시가 생각났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 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던 그는 28세의 나이에 일찍 갔다. 결기에 넘치던 그를 생각하면 지금도 왜소해지는 나를 본다.

부끄러움은 낯선 이들에게 더욱 생생하게 다가선다. 군산을 찾는 이들이여, 누구에게나 사연은 있으니 돌은 나중에 던지시라. 더구나 일제 강점기 수탈의 현장이 밟는 곳마다 배어 있는 이곳에서 더 말하면 뭐하랴.

  ​(녹물로 븕게 물든 바지선 안쪽)

 

 

누가 마도로스의 순정이라고 했는가. 여기는 멀리 떠나버린 어선들과 뱃사람의 험한 욕설도 다정한 밀어로 들리는 순백의 공허만이 남아 있다. 질경이처럼 뿌리를 내렸던 옛 동부어판장과 그 주변에는 가슴 아린 추억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강 건너 장항 언덕을 향해 손을 흔드는 갈매기들, 짠 내 품은 바람에 얹혀 길게 유영하거나 파닥이며 흐르는 그들에게서 나는 자유를 본다. 날개의 안쪽은 파란 많은 세상과는 달리 늘 하얗게 반짝였고, 거기에서 마치 하얀 바람이 나오는 듯 했다.

헐렁하고 늘어지게 게으른 고물 바지선을 올라타자 문득 영화 언더월드가 생각났다. 이 배도 바다로 나갈 수 있을까. 녹슬어 벌겋게 물든 바닥을 보면서 뭔지 모를 위압감을 느낀다. 조작조각 흩어진 삶의 파편들을 깁고 때우려고 허벌라게 일한 뱃사람들의 한숨이 배어든 거라고 생각했다.

소설 탁류<인간기념물> 한 부분에 칠산 바다에서 잡아가지고 들어 온 첫 조기가 한창이다. 은빛인듯 싱싱하게 번쩍이는 준치도 푼다. 배마다 셈 세는 소리가 아니면, 닻 감는 소리로 사공들이 아우성을 친다. 지게 진 짐꾼들과 광주리를 인 아낙네들이 장속같이 분주하다.”라고 썼다.

 오늘 나는 그 선창에 나와 손바닥이 하얗게 변하도록 일해 온 여인들을 떠올렸다. 그 갈라진 손바닥과 파여진 손등의 상처들에게서 간절했던 그날들을 본다.

하예서 더욱 슬픈 그녀들의 손바닥과 한숨이 잿빛으로 변해버린 금암동과 중동 언저리의 지붕과 지붕을 멀리 바라보았다. 남편 없이 아이들을 키우던 어머니들의 기도가 모여 새들의 유영으로 나타나지 않았을까.

 

찬바람에 언 손을 호호 불며 허드렛일로 몇 푼의 생활비라도 벌려했던 아낙들의 애잔한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두 손을 모으면 무사귀환을 고대하던 아내의 예쁜 마음이었고, 손을 풀고 일터로 나가면 매서운 찬바람에도 끄떡없던 또순이 엄마들이었다. 아득한 선창에 나와 예쁜 아내의 손을 비교하다니, 허허로운 웃음이 나온다.

기억은 이렇게 아픈 자리에 서면 더욱 생생해진다. 오늘도 흔들리지 않고 지켜보던 그 엄마들의 품을 이 선창에서 깊게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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