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월명동에서 길을 가다 KPGA 손준업 프로의 아버지를 우연히 마주쳤다. “요즘 손 프로가 꾸준히 잘하던데요”라고 인사말을 건넸더니 “나 요즘 걔하고 말도 안해”라는 답이 돌아왔다.
다부진 체격의 손 프로의 아버지는 골프기량이 아마추어로서는 빠지지 않는 실력인데 아들이 시합에서 선두권을 유지하다가도 우승문턱에서 자꾸 밀리는 약한 모습을 보이니까 애타는 마음을 그렇게 애둘러 표현하는 것 같다.
손준업 프로는 KPGA 역사상 최연소 회원으로 입회하여 2010년에 메이저 대회인 제53회 한국프로골프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한 이후 대회 때마다 리더보드 상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손 프로는 필자의 아버지가 운영하던 소룡동 골프연습장에서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한 것으로 기억이 되는데, 손 프로의 아버지가 매일 차에 태우고 연습장을 오가면서 많은 정성을 들였다.
당시에는 체구가 작고 호리호리해서 큰 골프채를 힘겹게 휘두르는 모습이 안쓰러웠는데 요즘 TV중계를 보면 체격도 단단해 보이고 체력단련도 아주 열심히 한다고 한다.
20대 초반의 선수에 비해서 아직도 밀리지 않는 장타력과 날카로운 아이언 샷으로 조만간 우승소식이 들려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골프는 1998년 IMF 외환관리위기 당시 박세리 선수가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 대회 연장전에서 맨발로 호수에 들어가 위기의 트러블 샷을 잘 쳐 결국 우승,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면서 관심을 끌게 된 것 같다.
골프산업도 꾸준히 성장하고 국내의 대회도 상금규모와 개최되는 대회 수도 늘고 있어 선수들이 부와 명예를 잡을 기회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몇 년 동안 꾸준히 성적을 내면 스포츠 재벌을 향산 자신의 꿈, 부모의 꿈이 눈앞에 점점 현실로 다가오는 스포츠이며, 본인이 관리만 잘하면 평생 선수생활을 할 수 있는 스포츠가 골프이다.
그러나 선수 한 명 육성, 뒷바라지하는데 한 달에 500만원 이상 소요된다고 한다. 그러니 몇 년이면 몇 억원은 훌쩍 넘어가는 계산이 나온다. 비용이 저렴한 태국 등으로 전지훈련을 가도 기타 비용을 감안하면 역시 만만치 않은 돈이 소요된다.
골프장 조성비용이 많이 들어서 그런지 그린피가 평균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나라가 한국 아닌가 한다.
2018년 7월 현재 LPGA를 보면 한국에서 7승 태국에서 5승을 올렸다. 한마디로 아시아 선수나 아시아계 출신 선수들이 대회 때마다 리더보드 상단을 차지하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부모의 노력과 헌신이 오늘날 전세계 골프 특히 여자골프의 세계랭킹 1위를 우리 선수들이 돌아가면서 차지할 정도로 한국은 골프강국이다.
엘리트 체육을 지향하는 것은 아니지만 골프선수 육성에도 정부와 지방정부 및 기업들이 나서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 허종진 기자
허종진 / 2018.09.10 21:15: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