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연습장에서 스윙에 대한 기본기를 배우고 나면 필드에 나가게 된다.
정식 골프장인 필드에 첫 라운드를 나가게 되는데 이 첫 라운드를 ‘머리 올린다’라고 말한다. 골퍼라면 반드시 거치는 과정이니 모두 다 아는 말이지만.
‘머리 올리기’는 대부분 골프를 가르쳐준 지도자(연습장 프로) 아니면 편안한 관계의 지인하고 같이 가게 된다.
그러면 골프에서 첫 라운딩을 할 때 왜 ‘머리를 올린다’고 하는가?
일반적으로 결혼을 해야 비로소 첫 경험(?)을 했기 때문에 골프에서 ‘머리 올린다’는 말은 ‘첫 경험을 한다’는 의미에서 나온 말 같다.
정말 누구의 머리에서 이런 기괴한 발상이 나와 쓰기 시작했는지 요즘 같으면 구설수에 논란의 여지도 많을 말이어서 용어를 바꿀 때가 된 것 같다.
방송에 출연하는 유명프로는 이 용어의 뜻과 어원을 궁금해 하는 아마추어골퍼의 질문에 “우리 국어가 표현하기에 최고라면서 ‘첫 샷’, ‘처음골프’라고 표현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국에서는 ‘first teeing/first experience /first time’이라고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first teeing’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외국에서 아이들에게 골프를 가르치자는 ‘first teeing 운동’을 하는데 이 표현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답했다고 한다.
어쨌든 필드에 ‘첫 라운드’를 ‘머리 올린다’고 말할 정도이니 골프가 처음 보급될 당시에 골프를 바라보는 시각과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되지 않는가.
머리를 직접 올려준 것은 아니지만 기억에 남는 중학선배가 있다. 수산업도 크게 하고 지방정치를 하시던 분인데, 그 선배의 조금 위인 또 다른 중견 정치인이 초청, 익산 팔봉컨트리클럽으로 동반하여 나가게 되었다.
푹푹 찌는 한 여름이었는데 체구가 크고 약간 비만형인 이 선배는 초짜답게 공이 이쪽저쪽으로 날아가도 당시 50이 채 되지 않은 나이였기에 ‘아직 나 안 죽었다’는 뚝심으로 열심히 땀을 흘리며 잘 쫒아 다녀 무사히 라운드를 마쳐 가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17번홀에서 벌어졌다. 필자가 세컨샷을 하고 급히 발걸음을 옮기는데 뒤에서 갑자기 ‘아이 고~ 나 죽네’하는 곡소리가 났다.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보니까 이 선배가 페어웨이 잔디에 벌러덩 넘어져 뒹굴고 있었다.
알고 보니 다리에 쥐가 난 것이었다. 그것도 양 다리에.
한 여름 위에서 내려오는 땡볕에, 밑에서 올라오는 지열에, 공을 쫒아서 뛰다보니 땀을 너무 많이 흘려 탈수현상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클럽하우스로 급히 연락했더니 오토바이를 탄 경기진행요원이 바로 출동, 다행히 비상 상황은 아니어서 일단 클럽하우스 목욕탕으로 후송하게 되었다.
평소 경기진행을 재촉하는 재수 없는 오토바이도 쓸모 있을 때도 있었다.
특히 요즘처럼 연일 폭염이 이어질 때 머리 올리는 첫 출전 초보골퍼를 아무 탈 없이 무사히 귀가시키려면 선후배로서 단순히 그린피 내주는데 그치지 말고 경기 중에 초보 동반자의 상황을 꼼꼼히 관찰, 잘 챙겨서 기억에 남는 라운드가 되도록 하자. / 허종진 기자
허종진 / 2018.08.07 18:3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