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시불각취(自屎不覺臭)”라는 말이 있다. 벽암록에 나오는 말이다. 자기 똥 냄새를 맡지를 못한다는 뜻일 게다. 즉 자기 뒤 구린 줄은 모른다는 소리다.
자기 뒤라고 냄새가 나지 않을 리 없다. 그 냄새를 못 맡을 턱도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기 뒤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더럽지도 않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건 그럴 수도 있다. 자기의 것이란 언제나 깨끗하다고 생각되면 냄새 나는 줄도, 더러운 줄도 모를 수가 있다.
그런데 그 생각이 다른 삶에게도 그렇게 적용되리라고 생각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 그것처럼 뻔뻔스럽고 몰염치한 것도 없을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에는 청렴결백이 공직자의 바람직한 상으로 알려져 있었다. 또 그런 청백리를 사람들은 높이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크게 다르다.
그러한 인식과 의식이 정치와 공직자들 사회에서 사라져 가고 있는 것 같다. 사라져 가는 것이 아니다. 그런 사람은 숫제 우습게 보는 풍토가 되어가고 있다. 정치인이 교도소에 드나드는 사건 또는 부동산 문제들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일들이다.
불법과 부정을 해서라도 잘 살기면 하면 그건 능력 있는 사람으로 평가를 받는다. 돈만 모으면 되었지, 불법이고 아니고는 따지지 않는다. 반면 청렴해서 그 생활이 구 차 하기라도 하면 무능력자 소리를 면치 못한다.
꼭 돈만 가지고는 하는 이야기도 아니다. 같은 공인(公人)들일 라도 자신의 영달과 명예만을 추구하는 사람이 있다. 같은 직장에서도 자신의 입장만 세우고 이익만 챙기는 사람이 없지 않다.
나라야 넘어가건 말건 상관이 없다. 직장이야 허물어지건 말건 관계가 없다. 내 이익, 내 입장만 취하면 된다. 오히려 그런 걸 못하고 그걸 챙기지 못하는 사람을 모면 비웃고 힐난하는 자들이다. 사람들이 이처럼 뻔뻔스러워져 간다.
언제부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이만큼 볼품없게 되었을까! ‘자기 뒤 구린 것’은 문제가 될 것 없다. 그러면서도 남의 뒤 냄새는 코를 막는 게 요즘 세상인가. 옛 사람은 제 이름 한번 더럽히면 죽어야 하는 줄만 알았다.
굴원(屈原)이란 사람이 있었다. 중국 전국시대 초나라 사람이었다. 그 굴원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임금에게 충간을 했다가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물러나 강가에서 고기나 잡고 나무나 하며 살았다.
그런 그를 세상 사람들이 비아냥거렸다. “세상이 흐려지면 그 속에 당신도 발을 넣고, 세상사람 다 취하면 당신도 취하면 될 것을, 뭣 때문에 고집 부려 그 고생을 다 하시오?”
굴원이 대답했다. “세상 탁하다고 나마저 그럴 수 없고, 세상사람 다 취해도 나 혼자만이라도 깨어 있으리오. 내 인격과 마음에 때를 묻히고 혼몽하게 취하기보다는 차라리 강물에 뛰어들어 고기밥이나 되어 주는 게 낫겠소.”
그는 정말 끝내 멱라수라는 강물에 몸을 던져 스스로 고기밥이 되었다. 고귀한 자신의 마음을 도저히 흐릴 수가 없어서였다. 자기 이름 두자에 더러운 때를 묻히지 않기 위해서다. 자기 몸에서 더러운 냄새를 풍기기가 싫어서였다.
요즘 사람들은 실감이 나지 않을 것이다. 뭣 때문에 그런 바보짓을 했느냐고 코웃음을 칠 사람이나 없을런지 모르겠다. 남을 훼타하고 자신의 영달을 위하는 자들, 한 번쯤 자기 뒤도 돌아다보면 좋겠다. 무슨 냄새가 안 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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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월 스님 / 2021.09.07 17: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