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 오유지족(吾唯知足)이 참 으로 그립다.
역사학자 토인비는 일찍이 ‘역사의 연구’에서 국가 명망의 원인을 외부적 전쟁보다 는 내부적 붕괴에 있음을 지적한다. 토인비가 말한 붕괴란 도덕적 타락과 부패, 사치, 주체적 결정권 상실 등이다.
어떤 강대국도 이 같은 내부적 붕괴에는 견딜 수 없으며 그것을 제거하지 못할 때 멸망을 자초하고 만다는 것이 역사의 길이었다.
기우(杞憂)일지 모르나 오늘날 한국사회는 토인비가 말한 국가 멸망 원인에 해당하는 징후가 여러 분야에서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돈깨나 있는 사람들의 사치풍조는 마치 로마가 멸망하던 때를 방불케 한다.
들리는 바로는 대도시의 유명 백화점에는 비싼 물품들이 즐비하다고 한다. 어느 정도나 하면 손수건 한 장에 수십만 원, 보석 박힌 스타킹이 몇 백만 원, 타조가죽 핸드백이 천만원대, 외재 양변기는 몇 천만 원 짜리지 가격표를 달고 진열되어 있다는 것이다.
부자들이 보면 그야말로 “껌 값”에 불과 하지만 아직도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저 임금에 시달리는 가난한 이웃을 생각한다면 이들의 사치는 도덕적으로 비난 받아 마땅하다.
부자들의 무분별한 사치는 단순히 도덕적 문제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사회 전반에 과시적 소비풍조를 부채질하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사실 요즘 사람들의 소비생활을 보면 꼭 필요에 의해서라기보다는 과시를 위한 소비가 더 많다. 전국으로 고급 승용차는 날로 늘어나고 있다. 업무상 꼭 필요에 의해서 늘어난다 라기 보다는 남들이 다 좋은 차를 타니까 나도 빠질 수 없다는 체면치레용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지난 삼복더위에 연차를 내어 휴가를 떠나려는 한 40대 회사원은 이렇게 푸념했다. “남들은 다 좋은 차타고 휴가를 떠나는데 나는 값싼 차에 아이들 데리고 가자니 속도 상하고 창피도 하고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내년에는 빚을 내서라도 좋은 차를 구입해야 게 습니다.”
이 사람은 빚이라도 내서 고급 차를 살 수 있으니 그래도 나은 편이지만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하는 사람은 얼마나 분통이 터질지 상상이 가고도 남는다.
아무리 자기가 번 돈 맘대로 쓸 수 있는 것이 자본 사회의 특성이라지만 요즘 돈 깨나 있다는 사람들은 해도 너무하는 것 같다. 이래가지고서야 어찌 노사분규가 안 일어날 수 있겠는가.
다른 사람의 입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마음대로 돈을 뿌리며 함부로 사는 사람들은 다 시한 번 생각해야 한다. 과연 이 세상에서 혼자만 호의호식(好衣好食)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은 일인가. 그리고 그 같은 행위가 남에게 얼마나 고통을 주는 것인지를 살펴보았는가.
부처님은 호화스런 왕궁 생활을 헌 신짝 버리듯 버리고 거친 잠자리, 목에 걸리는 거친 음식으로 생을 마치셨다. 아무리 육체를 살찌운들 죽음 앞에 허무하게 쓰러질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불멸(不滅)의 진리로 살기 위함이다.
법구경에 말씀하시기를 “내 아들이다 내 재산이다 집착하며 어리석은 사람은 괴로워한다. 그러나 나의 ‘나(我)란 없는 것이거늘 누구의 아들이며 누구의 재산인고.”
처량한 허무주의를 강조하기 위함이 아니다. 자신만을 위하는 사치를 버리고 이웃과 나누기 위해 우선 인간의 숨김없는 참 모습을 보아야 한다는 애기다.
송월 스님 / 2021.08.25 09:5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