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룽카’라는 수행자는 홀로 조용한 처소에 앉아 이런 생각에 빠졌다. “이 세계는 영원 한가 과연 종말이 있는가. 목숨과 육체는 같은가 다른가. 사람이 죽으면 지옥이나 다음 세상이 있는가 없는가.
인생은 무상(無常)일까 유상(有常)일까. 여래는 끝남이 있는가 없는가. 아니면 그 끝남이 있지도 없지도 않은 것인가.” 이러한 내용들을 부처님께 여쭤보고 여기에 대하여 확실한 대답이 없다면 나는 그를 스승으로 모실 수가 없다.
말룽카는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께 찾아가 그동안 혼자 깊이 생각했던 바를 말씀드리고 다시 이렇게 덧붙였다. ‘저의 이러한 생각에 대하여 가르쳐 주시고 또 진실 된 것인지 허망한 것이지도 말씀해 주십시오.’
“말룽카여, 너는 참으로 어리석구나. 그 문제에 대해서는 내가 일찍이 너에게 말한 바도 없고 너 역시 내게 그것을 말한 일이 없거늘, 너는 왜 그런 부질없는 생각으로 번민을 하고 있느냐.”
그래도 말룽카의 의심은 그대로 계속되었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말룽카를 비롯하여 다른 수행자들을 향해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부처님에게 이런 문제에 대해 말을 해주지 않기 때문에 나를 따라 도를 배울 수가 없어 떠난다면, 그 수행자는 그 문제를 영원히 풀지 못할 것이다.
가령, 어떤 사람이 독 묻은 화살을 맞아 견디기 어려운 죽을 고통을 받고 있을 때 의사는 급히 독화살을 뽑으려 한다. 그때 본인은 ‘아직 이 화살을 뽑으면 안 되오. 나는 먼저 이 화살에 대하여 알아야 하오. 그리고 그 활이 무슨 나무로 되었는지 화살 또한 대나무인지 다른 것인지 알아야 할 것이오.’했다.
이와 같이 말했다면 여러 수행자들 생각에는 어떻느냐. 아마, 그는 그 활과 화살에 대한 나무와 재질을 알기도 전에 온 몸에 독이 번져서 죽고 말 것이다.” 이것이 저 유명한 독화살 독전(毒箭)의 비유다. 지나간 일을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허망한 관념이나 생각과 망상의 노애가 되지 말라.
오직 이 순간은 과거 현재 미래가 교차하고 있다. 이 시점인 현재에 대해 충실하고 또 현재를 중시하라는 뜻이다.
화살을 누가 쏘고 또 그 화살이 어는 쪽에서 날아왔는가 하는 문제가 아니다. 화살이야 누가 쏘고 또 그 화살이 무슨 나무로 만들어졌던지 간에 먼저 몸에 박힌 독화살부터 제거해야 듯이 ‘이 세계가 영원 한가 종말이 있는가. 지옥이나 다음 세상이 중요하지 않다.’
급한 것은 어느 장소이든 자신의 본분과 사명을 알아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파악하고 그것을 우선적으로 처리하는 밝은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문제는 현재다. 현실 치유인 것이다.
송월 스님 / 2021.04.14 15:3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