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사람들을 적절한 비유로 깨우쳐 주는 백유경은 어디를 읽어도 마음에 심금을 울린다. 여기에 나오는 바보들의 얘기는 무한한 지혜의 샘이 솟아난다.
이 경전의 비유설화 가운데 한 토막을 소개한다. 옛날 어떤 사람이 배가 고파 일곱 개의 빵을 먹기로 했는데 여섯 개 반을 먹고 나니까 배가 불렀다. 그는 유감스럽다는 듯 손으로 자기 배를 몇 번 쓰다듬으면서 혼잣말로 중얼 거렸다.
“내가 배가 부르게 된 것은 마지막 반 조각 빵 때문이다. 이 반 조각의 빵으로 배가 부를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이 반 조각만 먹었을 걸..”
이 비유가 깨우치고자 하는 것은 명백하다. 어떤 결과도 과정과 절차가 없으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일을 도모함에 있어 성급하게 결과를 기대하는 나머지 너무 서둘러다 못해서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과 절차를 뛰어넘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요즘 코로나19 공포로 인류가 급박한 상황에서 유례없이 빠른 백신 개발 연구기관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아직은 안전성을 입증하는 효능의 검증이 부족한데도 서둘러 선점하기 위해서 사용 승인을 서두르는 경향이 있다. 생명과 목숨이 달려 있는 사안들이기 때문에 좀 더 신중하게 서둘면 좋겠다.
정부에서 성급하게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들어오든 국내 개발이든 사람의 목숨을 먼저 생각을 해야 할 것이다.
사회 곳곳에서 부실(不實)로 가득한 성과주의(成果主義)에 매달린 이 같은 생각들은 그러나 결과적으로 실패와 재앙을 초래하고 만다.
벌써 오래전 교훈적인 이야기다. 우리나라에 한창 아파트 붐이 일었을 때다 ‘대형아파트 붕괴 사건의 참사’를 경험 하였다. 건설업자가 공기(工期)을 앞당기고 원과 절감 부실공사에 관계당국은 준공검사증을 내주었다.
그런데 얼마 안가 엄청난 비극이 생겼다. 대형 아파트가 무너져 수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쳤다. 당시 신문의 보도 사진은 지옥의 한 장면을 찍어 놓은 것 같았다.
성과주의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안타까운 것은 사람들이 많은 ‘성과주의’를 경험하고도 생각이 바뀌지 않아 악 순환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때는 조국 근대화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고속도로 건설기간이 세계에서 최 단기였던 대한민국의 자랑은 일찍이 졸속 공사와 도로는 땜질로 유명하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세우는 교육정책도 마찬가지다. 대학입시 제도가 수없이 바뀌어 사람들은 지금 어떤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지 조차 모른다.
사건도 모두가 즉흥적이고, 시셋말로 힘없는 엿 장수 마음대로다. 졸속한 성과주의는 근원적으로 턱없는 이기심에서 생긴다. 서두르다 재앙을 부른다. 옛 말에 “바늘허리에 실 매어 쓰지 못 한다”하였다.
송월 스님 / 2020.12.09 15:3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