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은 혼잣말처럼 말하더니 지후 옆에 앉아있던 찌질남에게 말을 건넸다.
"선생님은 왜 오셨다고 했죠?"
찌질남은 의자에 앉아있는 것조차 힘겨울 만큼 취해있었다. 그는 아무 잘못도 없는데 지후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억지소리를 계속했다.
"강지후씨, 이 분이 얘기한 게 사실이에요?"
"......"
지후는 또 대답하지 않았다.
"야, 이 아가씨 완전 똥고집이네. 이러면 정말 강지후씨한테 불리하게 된다니까요? 이 분이 말한 거 다 사실로 인정하는 거예요?"
경찰관은 최대한으로 지후를 배려하고 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야! 빨리 인정을 해 이년아!"
찌질남이 앉은 채로 비틀거리며 욕을 했다.
"선생님, 지금 조사 중입니다! 조용히 좀 하세요!"
"뭘 인정해요? 아저씨가 먼저 시비 걸고 내 손목 잡고 집적댔잖아요! 때리려고도 했고요!"
지후가 그를 똑바로 보며 말했다.
"뭐? 집적? 뭐 이런 년이 다 있어? 너 정말 죽고 싶어? 너 내가 누군지 알어?"
사내는 아까보다 더 광폭한 표정과 몸짓으로 금방이라도 지후에게 달려들어 때릴 기세였다. 그때였다.
"야! 이 개새끼야!"
어디선가부터 목이 터질듯한 큰 소리의 욕설이 날아왔다. 지구대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의 눈길이 소리 나는 쪽으로 향했다. 지후도 고개를 돌려 소리의 주인공을 찾았다. 출입문 앞에 서 있는 남자, 머리에 붕대를 감은채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 엄마의 남자, 김성만씨였다. 그 뒤에는 춘천댁 아주머니도 서 있었다.
찌질남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무슨 영문인지를 몰라 처음엔 김성만씨를 보며 눈만 껌벅였다. 잠깐의 시간이 흐른 후 찌질남은 뭔가 사태를 깨달은 듯 취한 몸을 일으키더니 김성만씨를 향해 소리를 쳤다.
"너 지금 나한테 욕한 거냐?"
"그랬다. 개새꺄!"
김성만씨는 또다시 욕을 하더니 찌질남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넌 뭐하는 놈이냐? 미쳤냐?"
찌질남이 다가오는 김성만씨를 향해 물었다.
"뭐하는 놈은 새꺄! 내가 그 애 애비다. 감히 니놈이 내 귀한 딸내미를 건드려?"
"두 분, 조용히 좀 하세요!"
경찰관의 고함. 그래도 둘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김성만씨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금방이라도 찌질남에게 주먹이라도 날릴 기세였다. 하지만 주먹을 먼저 날린 것은 찌질남이었다. 주먹은 김성만씨의 얼굴을 정통으로 가격했다. 경찰관들이 달려들어 말리기도 전에 벌어진 일이었다. 성만씨는 비명소리와 함께 주저앉아 고개를 숙인 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잠시 그렇게 있던 성만씨는 손으로 코를 훔치고 나서 내려 보았다. 코피는 나지 않았다.
"이 븅신 같은 놈이 애기 주먹을 함부로 날려부네? 그르케 주먹이 약혀서 어따 써묵냐?"
성만씨가 일어서며 이죽거렸다.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찌질남이 그렇게 말하며 다시 성만씨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어어, 이러시면 공무집행 방해로 처벌 받습니다?" (계속)
이현웅 / 2020.12.23 16:17: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