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만씨 아시죠?”
경찰관의 질문에 지후는 가슴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끼며 얼마 전에 집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지후를 잡으려 했던 그가 넘어질 때 담벼락에 뒷머리를 부딪힌 장면이 떠오르면서 지후의 심장은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
“강지후씨가 김성만씨를 폭행했다고 신고가 들어와서요. 같이 가주셔야겠는데요.”
뜻밖의 일 앞에서 지후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채 자신도 모르게 몸을 바르르 떨었다.
“이거 완전 상습범이고만?”
지후가 밀어 고꾸라졌던 사내가 어느새 다가와 소리를 질러댔다.
“경찰 양반. 나도 폭행당했소. 내꺼도 접수해주쇼.”
지구대로 가는 도중에 경찰관은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남자가 쓰러진 후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옆집 사는 여자가 신고를 했다고 말해주었다.
아까 집에서 나올 때 옆집 옥상에서 빨래를 걷던 춘천댁 아줌마를 떠올렸다. 그런데 왜 지후가 폭행한 것이라고 신고를 한 것일까에 대해 그녀는 생각했다.
술집에서 불과 몇 분 거리에 있는 지구대는 몹시 소란스러웠다. 지후 일행이 도착했을 때 이미 술에 잔뜩 취한 중년 남자가 소파에 드러누운 채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있었고 무슨 문제로인가 경찰관과 시비가 붙은 30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여자도 날카로운 목소리의 톤을 높
이고 있었다.
거기에 동료들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술집에서부터 뒤따라온 지질한 사내까지 가세해 한밤중의 지구대는 취객들의 고함장이 되어버린 듯했다.
우락부락하게 생긴 덩치 큰 경찰관이 조용히 하라고 소리를 치자 그나마 수그러들었다.
“왜 김성만씨를 폭행한 거죠?”
책상을 두고 맞은편에 앉은 경찰이 지후에게 물었다.
“폭행한 적 없는데요.”
떨렸지만 침착하려 애쓰며 대답했다.
“목격자가 있어요. 그냥 사실대로 말해요.”
“그런 적 없다고요.”
“꼭 때려야만 폭행이 아니에요. 밀어서 넘어뜨리는 것도 폭행이에요.”
“그런 적 없어요.”
지후는 떨리는 입술로, 그러나 경찰의 눈을 똑바로 보며 흐트러짐 없이 말했다. 그때 옆 테이블 앞에 앉아있던 술집에서의 시비남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니가 밀었잖아!”
“선생님, 조용히 좀 하세요.”
지후를 조사하던 경찰관이 찌질남에게 말했다.
“강지후씨 얼른 말씀하세요. 왜 그랬어요?”
경찰관의 말투는 고압적으로 느껴졌다.
“안 했다니까요.”
“그런데 피를 그렇게 많이 흘리고 기절까지 해요? 목격자가 있다니까요.”
지후는 몸을 바르르 떨었다. 목격자라는 말에 춘천댁 아줌마를 떠올렸다. 그녀는 왜 그렇게 말을 한 것일까. 지후는 금방이라도 울고 싶었지만 꾹꾹 참았다.
더는 말하지 않기로 생각했다. 그 후로도 경찰관은 몇 번이나 지후를 다그쳤지만 지후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이러면 강지후씨한테 더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어요."
협박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지후는 입을 열지 않았다. 시간은 흘러갔다. 한 사람은 협박과도 같은 종용을 하다가 회유와도 같은 제안을 하면서 진술을 받아내려 했고 한 사람은 계속 묵비권으로 응한 채 밤은 깊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때쯤이던가 경찰관 한 사람이 다가오더니 지후에게 진술을 요구하던 경찰관에게 말했다.
"김성만씨가 이쪽으로 오고 있다는데요?"
지후는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적어도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니리라는 생각에서였다. 다른 한 편으로는 그가 어떻게 나올까 걱정이 됐다.
"그래? 그럼 김성만씨 건은 대질하면 되겠고." (계속)
※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건, 배경, 인물은 모두 허구입니다.
이현웅 / 2020.12.16 14:57: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