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예요?"
설아는 눈을 아래로 떨어뜨린 채 그렇게 물었다. 기침도 나오지 않았다.
"오늘은 일단 가라."
정훈의 떨리는 목소리.
"일단? 그럼 이단은 뭔데요?"
이 상황에 이런 말이라니!
"장난하지 말고."
"장난? 이게 지금 장난으로 보여요?"
설아는 눈을 치켜들어 정훈을 맹렬하고도 표독스럽게 쏘아보며 말했다.
"다음에 얘기하자."
"저 여자 내보내요."
"설아야!"
"내보내라고! 내보내고 얘기해요."
설아는 분개하며 소리쳤다.
"니가 가."
"뭐라고?"
"니가 가라고. 저 여자 못 보낸다고."
설아는 또 입술을 깨물었다. 더 많은 피가 흘러나왔다. 입술의 피를 손등으로 닦으며 설아는 정훈을 쏘아보았다.
“나 안 보고 살 수 있어요?”
설아는 정훈의 눈을 정확히 보며 물었다. 정훈은 쉬이 대답하지 않았다. 침묵이 흘렀다.
“응.”
두 사람의 숨소리만 들리던 침묵을 깨뜨리며 정훈이 그렇게 대답했다.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요?”
“내가 감당하면 돼.”
"......."
"......."
“질문 하나만 할게요. 왜 이랬어요? 왜 이렇게 더러운 짓을 하게 된 거예요?”
“.......”
“말해요. 이게 마지막 질문이에요.”
“그냥 가라.”
“알려줘요. 다음 사람에게 참고하려고요. 어서 말해 봐요. 나도 이 더러운 곳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으니까요.”
“... 넌, 너무 착해.”
“개자식.”
“그래, 그렇게 욕해. 넌 너무 고리타분해. 너는 섹시하지 않아.”
“비융신.”
경멸에 찬 표정과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 설아는 돌아섰다.
“넌, 내가 얼마나 섹시한지도 모르는 불쌍한 개자식이야.”
출입문 손잡이를 잡고 멈추어서 그렇게 말하고는 문을 열었다. 밖은 이미 어둠이었지만 열대야의 무더운 기운이 몸으로 덮쳐왔다. 그제야 참고 참았던 기침이 쏟아져 나왔다. 콜록콜록. 멈추지 않았다. 뱃속의 모든 것을 다 토해낼 것처럼 극렬한 기침이었다. 심한 기침을 연신 해댄 탓일까. 목이 아팠다. 가슴이 아팠다. 심장을 칼로 도려 내는듯한 아픔이 느껴졌다. 눈물이 솟구쳤다.
기침을 핑계 삼아 울음이 터진 것을 감추지 않았다. 기침을 하고 콧물을 흘리며 눈물을 흘렸다.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설움의 덩어리가 솟구쳐 올라왔다. 원룸 건물을 빠져나와 뛰었다. 그 인간에게는 자신이 우는 것을 들려주고 싶지 않았다.
골목으로 들어가 주저앉았다. 엉엉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악다구니를 쓰며 울고 또 울었다.(계속)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건, 배경, 인물은 모두 허구입니다.
이현웅 / 2020.10.12 09:3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