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아
콜록콜록. 한 번 시작된 기침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설아는 카페 주방에 쪼그리고 앉아 연신 기침을 토해내고 있었다. 콧물과 재채기, 온몸이 찢겨나가는 듯한 근육통, 죽음을 떠올릴 만큼의 극심한 두통, 고열... 이제껏 이 정도로 심하게 감기를 앓아본 적은 없었다.
"유설아! 빨리 퇴근해! 오뉴월에는 개도 안 걸린다는 감기에 걸려서리. 에잉.“
카페 점장 언니가 등 뒤에서 놀리며 말했다.
"지금 시간이 몇 신데 퇴근을 해요? 콜록콜록."
"손님들이 너를 거부하신다. 잔말 말고 들어가시지?"
"제 인생에 조퇴는 없어요. 콜록콜록."
"지라알. 까불지 말고 얼른 응급실에 가서 주사 맞고 집에 들어가. 오늘도 말 안 들으면 정말 막가자는 걸로 생각한다? 내 인생 장부에서 지워지기 싫으면 냉큼 들어가라, 앙?“
점장은 엄한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소리쳤다. 설아도 더는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결국 카페 근무 4년 만에 처음으로 조퇴를 했다.
"천하의 유설아가 감기로 조퇴를 하는구나아!"
점장이 놀리면서 말했다.
"점장님이 삐질까 봐 가는 거거든요? 콜록콜록. 그리고 제 이름은 유설아가 아니고 류설아라고요. 류.설.아!! 콜록콜록."
"지가 무시기 북조선 에미나이나? 거 발음하기도 따분하지 않슴매?"
점장은 되지도 않는 북한 사투리로 장난치며 말했다.
"시끄럽소 점장 동무. 일이나 열심히 하시라요. 메롱이우다. 콜록콜록.“
설아도 사투리 흉내를 내어 점장을 놀려대며 혀를 날름 내밀고는 카페 문을 열고 도망치듯 밖으로 나왔다. 진절머리 나는 여름의 무더위가 확 덮쳐왔다. 저녁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아스팔트는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어찌 이 여름에 이토록 독한 감기 몸살이라니! 그것도 28년 생애중에 가장 지독한 감기 몸살이 말이다. (계속)
이현웅 / 2020.09.09 14:3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