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 (2)-4
눈을 떴을 때 현우는 자신의 거실 소파에 누워있었다. 핸드폰을 찾아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 4시 12분. 고요했다. 이 순간만큼은 모든 것이 정지된 느낌이었다. 이 평온함 속에서 그는 문득 죽음을 생각했다. 그 의식은 매우 깊고도 진지한 것이었다. 살아오면서 죽음을 생각하고,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 적도 있었지만 죽음에 대해 이만큼 강한 의식을 가졌던 적은 없었다. 죽고 싶은 이유를 떠올렸다. 무엇 때문에 자살을 생각하는지조차 현우는 분별하지 못한 채 이제 그만 모든 것을 끝내고 싶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저 사람이 좋고, 예술이 좋고, 가치 있는 것을 향유하는 것이 좋았다. 누군가 자신의 재능을 사용하고자 도움을 청하면 그는 언제나 기꺼이 응했다. 물질보다는 정신을 사랑했고, 받는 것보다는 주는 것에서 더 큰 기쁨을 누려왔다.
정대표와 회사를 경영함에 있어서도 그는 언제나 최선을 다했지만 돈을 챙기는 일에서는 똑부러지지 못했다. 후회는 아니었지만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상대방에 대한 믿음을 근간으로의 태도와 자세가 이제는 한낱 몽상가의 허망한 몸짓에 지나지 않게 여겨졌다.
생사를 같이할 수 있으리라 믿었던, 피를 나눈 형제보다 더 진한 우정을 지녔다고 믿었던 친구에게서도 현우는 더 이상 막역지우가 아닌 무능한 이상주의자에 불과했다. 그동안 살아온 삶의 방식이 무모하게까지 느껴졌다. 모든 것이 부질없다는 생각에 다다르자 현우에게는 더 이상 살아갈 가치도 용기도 남아있지 않았다.
모든 것은 끝났다. 현우는 술이 덜 깬 몸을 일으켜 오디오 기기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전원을 켜고 블루투스 연결 메시지가 뜨자 핸드폰 유튜브에서 노래 한 곡을 찾았다. 독일 출신의 프로그레시브락 밴드 ‘오우겐바이데(Ougenweide)’의 <Death(죽음)>이라는 곡이었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는 죽음의 그림자처럼 음산하면서도 어둠을 싣고 점점 크게 거실을 채웠다. 현우는 마치 엄숙한 의식을 치르듯 눈을 감고 온 정신을 끌어 모아 음악을 들었다.
오, 죽음, 잠들게 해 줘.
조용히 쉬게 해 줘
지친 죄 없는 영혼을 보내자
내 비참한 가슴에서.
통행료를 내야지
내 어리석은 녀석을 불러내
내 죽음의 소리가 들려
나는 죽어야 한다
치료법은 없다.
나는 죽는다.
(계속)
이현웅 / 2020.08.26 17:3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