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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웅의 카페이야기) <봄날은 간다 3>

    이현웅

    • 2020.03.12 16:39:00

    (이현웅의 카페이야기) <봄날은 간다 3>

    <봄날은 간다 한번 틀어봐>

     

    때아닌 매서운 바람과 함께 장맛비처럼 굵은 봄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노신사 손님이 카페에 다시 오셨습니다. 음악실에 있던 저는 그분을 보자마자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서는 것을 느꼈습니다.

     

    음악 몇 곡 들어보고 주문할 거야!”

     

    주문을 받으러 간 직원에게 역시 딱딱하고 거친 말투로 말하셨습니다. 그 거슬리는 목소리가 음악실에 있는 저에게까지 확연하게 들려왔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것은 제 마음이었습니다. 노신사 손님의 태도에 기분이 언짢으면서도 왠지 모르게 그분의 감성을 돋게 하는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은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선곡한 음악이 Peggy Lee(페기 리)<쟈니 기타(Johnny Guitar)>였습니다. 지난번에 노신사 손님이 신청하신 <그링고스 기타(Gringo’s Guitar)>를 떠올리면서 말입니다.

     

    음악실의 옆면 유리창을 통해 노신사 손님을 훔쳐보았습니다. 그분은 페기 리(Peggy Lee)의 노래를 듣는 동안 조금의 미동도 보이지 않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노래가 중간쯤 흘렀을 때 갑자기 기침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기침은 노래가 다 끝날 때 까지도 멈추지 않고 계속되었습니다. 오래된 천식 환자의 기침과도 같았습니다. 그 뒤로 몇 곡의 음악이 나가는 동안에도 기침은 멈추는가 싶다가도 다시 심하게 나오는 것을 반복하였습니다.

     

    노신사 손님이 눈부신 청춘의 날에 들으셨을 것으로 짐작되는 음악 몇 곡을 진지하게 선곡했습니다. 왠지 모를 연민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러면서 노신사 손님에 대한 낯설지 않음을 다시 느꼈습니다. 묘한 감정이 요동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그 알 수 없는 감정은 노신사 손님이 저를 불러 제가 그곳으로 갈 때까지도 계속되었습니다.

     

    어르신,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앉아!”

     

    노신사의 앞쪽에 서서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제게 짧고도 거친, 흡사 명령과도 같이 말하셨습니다. 맞은편 자리에 앉으며 그분의 얼굴을 보았는데, 바로 그때 노신사의 눈에 아른거리는 액체를 보았습니다. 기침을 심하게 한 탓인지 눈물이 맺혀 있었습니다. 숨소리는 거칠었고, 그르렁그르렁 하는 소리가 확연하게 들려왔습니다.

     

    뭐 한 잔 마셔!”

     

    뜻밖에도 노신사는 제게 마실 것을 권하셨습니다.

     

    괜찮습니다, 어르신.”

    잔말 말고 마시라면 마셔!”

     

    호통 치듯 거칠고 투박한 소리로 그렇게 말하셨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노신사의 다음 말에 저는 가슴이 콱 막혀오는 듯한 고통을 느꼈습니다.

     

    내가 폐에 물이 찼대. 폐암이라네.”

    마치 남의 이야기라도 하는 듯 무덤덤하게 말하셨습니다. 하지만 노신사 손님의 눈에는 슬픔이 가득했습니다. 말투는 여전히 투박했지만 힘이 없었습니다. 목소리는 거칠었지만 떨렸습니다.

     

    격렬한 기침은 쌕쌕거림과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번갈아 냈습니다. 손으로 입을 가린 노신사의 기침은 금방이라도 손가락 틈으로 각혈이 튈 것만 같은 기침으로 변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제가 겨우 할 수 있는 것은 물을 가져다 드리는 것뿐이었습니다.

     

    이현웅 / 2020.03.12 16: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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