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물이나 현상은 밖에서의 표면적인 것을 보는 것과 안에서의 실질적인 것에의 차이가 크다. 자영업의 세계, 특히 요식업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그 카페는 정말 잘 되더라고요. 거기 사장은 돈 엄청 벌 거예요.”
이런 식의 말에는 대부분 명확한 수치도 근거도 없는 경우가 많다. 커피 한 잔에 5천 원인 경우 하루에 100명의 손님이면 한 달 매출이 1500만 원, 이거 저거 다 빼도 절반은 남는다는 식의 계산법을 적용한다. 정말 하루 평균 100명이 오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그저 어쩌다 몇 번 방문한 시각에 손님이 많은 것을 기준으로 하거나 들리는 소문을 근거로 한 어림 계산이다.
그 계산법에서의 오류는 또 있다. 설령 100명의 손님이 온다 해도 덮어놓고 절반이 남는다는 식의 계산법이다. 그들이 말하는 것은 일정 금액 이상의 매출을 달성했을 때 가능한 일이었다. 처음 카페 사업을 제안했던 지인은 입버릇처럼 50% 마진을 얘기하곤 했다. 부끄럽게도 나 또한 그런 식의 계산에 흔들렸다. 막상 카페를 운영해보니 달라도 많이 달랐다.
한 달에 300만 원 벌고 싶다고요?
카페를 자주 찾는 인성씨는 요즘 회사가 어려워 전업과 창업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 그가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카페를 하면 돈을 벌 수 있나요?”
“얼마나 벌고 싶은데요?”
“월 300백만 원요.”
적은 돈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에게 몇 가지 질문을 했다. 콘셉트와 투자 규모, 주요 대상 고객, 메뉴 가격 등의 기본적인 질문이었다.
그는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었다. 이미 눈여겨본 상가도 있었다. 산책과 운동을 하기 좋은 도시공원 근처에 있는 상가였다. 평수는 30평 정도였다. 메뉴 가격은 중저가이며, 개인 브랜드를 생각하고 있었다.
적지 않은 유동인구와 괜찮은 접근성, 비싸지 않은 임차료, 고객 연령층에 따른 낮은 가격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하루 몇 명의 손님이 와야 300만 원을 벌 수 있을까요?"
내 질문에 약간 망설이더니 그가 답했다.
"커피 장사 마진 50%는 되지 않나요?"
"그럼 300만 원 수입을 위해 600만 원 매출이면 된다는 뜻인가요?"
그의 계산은 이랬다.
임차료 70만 원, 식자재 120만 원(20%), 전기세 30만 원, 기타 지출 넉넉 잡아 80만 원으로 총지출 합계 300이니 수입이 300이 된다는 이론이다.
놀랍게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런 식의 계산법을 갖고 있는 것을 보았다. 어디에서부터 커피 장사 50% 마진이라는 앞뒤 없는 얘기가 흘러나왔는지 짐작은 간다. 매출이 낮으면 수익률도 낮고 매출이 높으면 수익률도 높아지는 불변의 법칙에서 아전인수격으로 자 해석한 것이다.
그의 계산법을 존중하는 전제에서 분석을 해봤다. 아메리카노가 월등하게 많이 팔리는 것을 감안하고도 평균 가격을 넉넉히 3,500원이라고 가정했다. 한 달 600만 원 매출을 올리기 위해 팔아야 할 커피는 약 1,700잔 정도다. 25일 근무를 기준으로 보니 하루 70잔을 팔아야 한다.
언뜻 하루 70잔 만드는 것쯤이야 혼자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손님이 순차적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 몰릴 때 몰리다 보면 혼자로는 쉽지 않다. 기다리는 시간이 많은 것은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는 것이다.(계속>
이현웅 / 2020.01.22 10:3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