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를 제대한 직후 고향을 떠나 서울 생활을 할 때가 있었다. 서울 생활은 녹록치 않았다. 한 달에 한 번 고향 사람들과 모임을 가졌다. 객지 생활에서의 고됨과 어려움을 달래기 위함이었다. 모임에는 서울 생활의 힘겨움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꼭 있었다.
“나도 고향 가서 농사나 지어볼까?”
객지 생활에서 지친 까닭에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 말을 실천에 옮기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경우 예외 없이 한 해를 다 보내기도 전에 농부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다시 객지행을 택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농사짓는 것을 만만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도 농사나 지어볼까?”라는 그들의 말속에서 이미 실패를 예감할 수 있었다.
그 말에서는 직업 전환에 따른 결연함도, 방향을 제시할 이정표도, 시련을 대비한 인내의 각오도 발견하기 어렵다.
단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성에 차지 않거나 힘든 탓에 도피형으로 선택한 농사일에서 성공하기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반대의 결과도 있었다. 후배 하나는 힘겨운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귀향을 선택했다. 부모님이 짓던 농사일을 물려받아 농부로서의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부농인으로의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저는 다른 거 말고 꼭 농사로 성공할 거예요."라고 우리에게 공언했다. 그는 결연한 의지를 갖고 있었고 목표도 확실했다.
말 한마디에 뭐 그리 거창한 의미를 갖다 붙이느냐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의 말은 대개 생각에서부터 시작되고 그것은 행동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앞에서도 밝힌 바 있듯이 어쩌면 나는 카페를 해서는 안 될 사람이었다. 적어도 정신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로 카페를 시작한 것이 분명하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중에 카페 창업을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카페나 해볼까?"가 아니라 "카페를 해야겠다"로 표현하도록 권하고 싶다. 카페뿐만 아니라 새롭게 시작하는 일, 모든 일은 바로 그 한 마디의 결의로부터 성패가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끝)
이현웅 / 2019.12.26 16:3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