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상담소> 가장으로 산다는 것
카페 주인의 메시지에 울걱하고 맙니다. 두 사람은 계속 메시지를 주고받습니다. 단 한 번 만난 사이라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할 만큼 여러 이야기를 쏟아냅니다. 그러다가 문득 '카페 해 먹기 참 힘들겠구나' 생각도 듭니다. 사과를 합니다.
- 아니에요. 괜찮아요. 다행히 제가 깨어 있어 바로 답변드릴 수 있었어요. 혹시 듣고 싶은 음악은 없나요?
- 슬픈 음악요.
- 아...
- 음악 들으면서 실컷 울고 싶네요. 맘껏 울고 나면 몸도 마음도 가벼워질 것 같아요. 그런 음악 있나요? ㅎ
- 글쎄요. 그렇게 실컷 우실 수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한 곡 올려드려 볼게요.
메시지 창에 올려진 곡은 이십 수년 전에 사망한 가수 김광석의 <혼자 남은 밤>이었습니다. 처음 듣는 곡이었습니다. 그가 죽기 몇 달 전에 발표한 노래였습니다.
핸드폰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노래가 방 안을 휘감고 돌더니 철우 씨의 가슴으로 파고들었습니다. 철우 씨는 창문을 열었습니다.
어슴푸레한 여명의 빛깔이 창문을 넘어와 몸을 감싸는 순간 철우 씨는 눈물을 왈칵 쏟고 말았습니다. 노랫말 때문인지 가수의 음색 때문인지 푸른 새벽 빛깔 때문인지 알 수 없는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습니다.
살아오면서 견뎌야만 했던 고단함 때문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앞으로 짊어지고 가야 할 가장으로서의 무게 때문만도 아니었을 겁니다. 황량한 벌판에 홀로 서 있는 것 같은 쓸쓸함 때문에 그토록 눈물이 났는지도 모릅니다. 철우 씨는 카페 주인이 선곡해준 노래를 듣고 또 들었습니다. 숙명일 뿐인 가장의 역할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어둠이 짙은 저녁 하늘 별빛 내 창에 부서숴지고
외로운 밤을 홀로 지샌 내 모습 하얀 별 나를 비춰주네
불빛 하나 둘 꺼져갈 때 조용히 들리는 소리
가만히 나에게서 멀어져 가며 눈물 그 위로 떨어지네
외롭게 나만 남은 이 공간 되올 수 없는 시간들
빛 바랜 사진 속에 내 모습은 더욱 더 쓸쓸하게 보이네
아 이렇게 슬퍼질 땐 거리를 거닐자
환하게 밝아지는 내 눈물
어둠이 짙은 저녁 하늘 별빛 내 창에 부서숴지고
외로운 밤을 홀로 지샌 내 모습 하얀 별 나를 비춰주네
외롭게 나만 남은 이 공간 되올 수 없는 시간들
빛 바랜 사진 속에 내 모습은 더욱 더 쓸쓸하게 보이네
아 이렇게 슬퍼질 땐 노래를 부르자
환하게 밝아지는 내 눈물
아 이렇게 슬퍼질 땐 노래를 부르자
삶에 가득 여러 송이 희망을
환하게 밝아지는 내 눈물"
https://youtu.be/_RdHaYZ6Zrw (끝)
이현웅 / 2019.12.12 17:5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