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어요!"
카페를 찾은 그녀가 인사를 주고받은 후에 첫마디를 그렇게 꺼냅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이지만 저는 동요하지 않으려 애씁니다. 이유를 묻지 않습니다. 그저 그녀의 눈을 따뜻이 바라보려고 노력합니다.
그녀의 입술이 떨립니다. 눈 깜박임의 간격이 짧아집니다. 입술을 깨무는 그녀의 눈에 이슬이 맺힙니다. 무슨 말인가를 꺼낼듯하던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눈길을 떨굽니다. 침묵이 흐릅니다.
"이 노래, 정말 좋아하는 노래예요."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던 그녀가 그렇게 말합니다. 금세 다시 침묵으로 돌아갑니다.
어느 순간 음악 소리 사이로 그녀의 훌쩍임이 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굵은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저는 티슈를 건넵니다. 몇 곡의 노래가 지나가는 동안 그녀는 계속 웁니다.
"죄송해요."
갑작스러운 상황을 만든 것에 대한 겸연쩍음 때문인가 봅니다. 의도하지 않은 것이지만 앞에 있는 저를 당혹하게 했다는 생각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게는 익숙한 일입니다. 저는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옅은 미소를 지어 보입니다.
"잘하셨어요."
갑자기 울음이 터질 만큼 힘든 상황에 직면했기에 <마음 상담소>를 찾은 것이겠지요. 잘못된 것도, 미안해할 일도 아닙니다. 오히려 소통을 위한 누군가를 찾는다는 것, 적어도 자신의 아픔을 표현할 곳을 찾아 나섰다는 용기만으로도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 중에 위로가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성격이 워낙 낙천적이고 긍정적이어서 위로 따위는 필요하지 않다고 말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확실치는 않지만 아마 많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게 말하기에는 우리의 인생이 너무 고단하기 때문입니다.(계속)
이현웅 / 2019.10.30 17:4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