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밤에 왔던 외국인이었다. 파란 눈의 이방인이 음악이야기 카페의 첫 손님으로 등장한 것이다.
우리는 종종 어물쩍 넘기는 약속 아닌 약속을 할 때가 있다. "다음에 보자" , "언제 밥 한 번 먹자", "내일 다시 들러볼게요" 등의 말을 어렵지 않게 한다.
이제 그런 말들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냥 하는 말이고 귀담아듣지 않는 게 서로에 대한 묵시적 예의처럼 되기도 한다. 그런 까닭에 그의 약속을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전날에 했던 약속을 지켰다. 그것도 카페 문을 열자마자.
내 스타일이었다. 맘에 들었다. 친해지고 싶었다. 영어 대화 능력의 부족함이 원통 할 뿐이었다.
미국에서 온 그의 이름은 제이슨이었다.
"오오, 제이슨 므라즈?."
"노노, 노노."
그는 내 농담에 하얀 얼굴이 빨개져 손사래를 치며 활짝 웃었다. 소년 같았다.
"But I like the music of Jason Mraz."
"Really?"
"Yes!"
그는 제이슨 므라즈 음악을 좋아한다면서 노래들을 열거했다.
"Bella Luna. I Won't Give Up. Lucky. I'm Yours.... "
"와우! 벨라 루나?"
"Yep!"
카페 '음악이야기'의 첫 번째 손님 제이슨. 낯선 이국인이지만 처음부터 신뢰로 다가온 사람이었다. 잊을 수 없는 날이고 잊을 수 없는 손님이다.
그 뒤로도 그는 약속을 철저히 지키는 사람이었다. 그를 생각한다. 가슴이 싸하다. 그에 관한 못다 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자.
이제는 그를 만날 수 없는 지금, 그가 좋아한 제이슨 므라즈의 <Bella Luna>를 듣고 싶다.(끝)
이현웅 / 2019.10.16 11:0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