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차례나 미루고 나서야 그 해 끄트머리에 카페를 오픈할 수 있었다. 그 무렵 나는 몹시 지쳤다. 예상보다 길어진 공사 기간과 예산을 훌쩍 뛰어넘은 투자, 소신도 전문성도 없어 보이는 사람들과의 거래로 나는 고단했다.
무엇보다도 나 자신의 무지와 준비 부족에 대한 자책감으로 힘들었다. 나름으로는 철저한 사업계획과 시장 조사를 통해 준비했다 여겼지만 막상 실무에 돌입하고 보니 엉망이었다.
스스로에게 위로가 필요했다. 소위 '카페 공화국'이라 불리는 위기에서부터 사람들을 구출하기 위해 구원자가 걸어야 할 통과의례라고 자평했다.
배실배실 웃음이 났다. 내가 그렇게 긍정적인 성향인 줄은 미처 몰랐다. 모든 것이 잘 될 것만 같았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했던가! 하지만 나는 <더닝 크루거>의 대상은 아니라고 믿고 싶었다.
굳이 따지자면 "곤경에 빠지는 건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라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라고 했던 마크 트웨인의 말에 더 가까웠으리라. 내게는 분명 여유를 넘은 자만이 있었다. 카페 오픈 전날 밤까지도.
"근데 궁금하네요. 과연 첫 손님이 누구일지?"
오픈을 하루 앞둔 날 밤, 지난 몇 달간 카페 준비를 도왔던 사람들과 소회를 꺼내놓던 중 후배 형준이 불쑥 꺼낸 말이었다.
나도 궁금하긴 했다. 다른 동료 몇도 재밌는 생각에 합류했다. 첫 손님이라는 단어가 가져다준 느낌은 이전에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카페 문이 열리는 종소리가 들려오면서 일제히 시선이 쏠렸다. 당연히 아는 사람이겠지 하는 생각으로 출입문을 봤는데 낯선 사람이었다.
뜻밖의 손님에 모두가 그에게서 시선을 옮기지 못했다. 몸집도 키도 큰 남자는 파란 눈을 가진 이국인이었다. 그는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계속)
이현웅 / 2019.10.04 09: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