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롭게 카페를 시작한 지 두어 달쯤 지난 늦겨울에, 나는 그대로 주저앉고 싶은 심경이었다. 가혹하리만큼 손님이 없었다.
없다 없다 그렇게까지 없을 수가 있을까 싶었다. 오죽이나 그랬으면 ‘혹시 건물 1층 출입구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를테면, 조폭처럼 험상궂게 생긴 사내들이 건물 출입구를 막고 서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한 번은 혹시 출입구에 더러운 오물이라도 있는 게 아닐까 생각되어 실제로 내려가서 확인까지 할 정도였다.
‘오늘처럼 이렇게 추운 날에 누가 밤에 돌아다니겠는가?’ 하는 생각으로 밖을 나가보면 길거리엔 사람들이 많았고, 장어 파는 옆집엔 왜 그리 손님들이 많던지....
문을 연지 몇 시간이 지나도록 손님이 없으면 직원들의 얼굴은 어두워져 갔고 그런 직원들의 기분을 풀어줘야만 될 것 같은 분위기가 되곤 하였다.
“에이, 우리 카페에 오시는 손님들은 대부분 연령대가 좀 있잖아? 이렇게 추운 날에 돌아다니면 위험해. 심근경색 올지도 몰라. 그래서 아예 안 나오거나 일찍 귀가하지. 나부터도 그러겠네”
내가 이런 농담을 하며 애써 웃는 것은 설마 한 테이블도 없이 마감을 하겠냐는 불길한 생각을 떨쳐내기 위한 스스로에게의 위안이기도 했는데 불행하게 그 예감은 적중하는 날이 많았다.
그런 날엔 울적하게 하는 손님이 꼭 있다. 노래를 부르게 해달라고 떼쓰다 나가는 사람, 없는 메뉴 찾으며 왜 없냐고 따지는 사람, 들어왔다가 손님이 없는 것을 보고는 슬그머니 다시 나가는 사람. 출입문 유리를 통해 카페 안을 들여다보고는 그냥 가버리는 사람, 출입문 앞에서 자기네끼리 들어가자 커니 그냥 가자 커니 옥신각신하다 그냥 가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는 몇 명이 들어와서 화장실을 이용하고 메뉴판을 본 후에 속닥거리다가 앞 다퉈 나가는 사람들도 있다. 나가면서 한 마디 남긴다. "왜 이렇게 손님이 없지?" "비싸잖아."
그런 날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지인의 방문이었다. 특히 카페 사업을 반대하고 말렸던 사람이 왔을 때 손님이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은 나를 비참하게 만들었다.
"왜 이렇게 손님이 없어?"
첫마디부터 폐부를 찔러온다.
"날이 추워서 그런가?"
"아까 그 집은 많던데 뭐."
"월요일엔 보통 손님이 없더라고."
"그렇지도 않아. 내가 자주 가는 집은 월요일에도 꽉꽉 차.'"(계속)
이현웅 / 2019.08.27 17:5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