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여에 걸친 시장 조사를 끝냈을 때 나는 몹시 피로했다. 시작조차 하지 않은 카페를 마치 오랫동안 운영이라도 한 것처럼 지쳐 있었다. 시장조사 내내 함께 한 형준은 더 지쳐 있는 듯 보였다.
"접읍시다."
그는 단 한마디로 심경을 표현했다.
시장 조사 과정과 결과를 들은 지인들은 나를 만류하거나 염려가 담긴 조언을 해줬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가 카페를 잘할 것이라며 무한 신뢰를 보냈던 그들이었다.
당신도 눈치 챘겠지만 그들이 보내준 것은 나에 대한 신뢰가 아니었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괜찮은 아이템이고 그에 따른 막연한 기대감의 작용이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시장조사를 한 기간보다 더 긴 갈등과 고민의 시간을 보냈다. 몇 달을 진지하고 심각하게 보낸 나는 그 해 여름 끝자락에서 결정을 내렸다.
"해야겠다, 카페."
내 단호한 말에 후배의 동공이 커졌다.
"엥? 정말요? 잘 되는 데가 거의 없다면서요."
"그래서 해야겠다."
"그건 또 무슨 해괴한 논리래요?"
후배는 어이없다는 듯 실소하며 물었다. 내 결심이 무모함이었을지도, 턱없는 오만이었을지도 모른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한 동료의식으로부터 비롯된 오지랖이었을지도.
나는 음악을 좋아하거나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순수한 열정에 경영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더해주고 싶었다. 막연하고 안일한 경영이 아닌 보다 구체적이고도 치밀한 경영을 통해 카페 사업에 성공하기를 바랐다.
그러기 위해선 내가 직접 카페를 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카페 경영을 반드시 성공시켜 과정과 노하우를 책으로 엮고 싶었다.
어쨌든 나는 그러한 강력한 동기로 카페를 시작했고 그때로부터 2년여의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틈나는 대로 기록해뒀던 일기와 메모를 정리하여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앞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이 글은 카페 성공을 위한 매뉴얼이 아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카페 관련 책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내용은 가급적 뺐다. 성공의 환상을 심어주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는 그런 서적들에 나까지 가세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무모한 카페 사업을 하지 말라는 강력한 조언이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정말 카페를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 글을 좀 더 읽어도 좋다.
이 글에서 나는 다른 책에서 알려주지 않는, 어쩌면 당신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그냥 지나쳐버릴 내용을 실었다. 이유는 기왕에 시작한 당신의 카페 사업에 진정한 도움을 주고 싶어서이다. 그 누군가에게 빛나는 존재가 되고픈 욕망을 품에 안고.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사로 인해 지금, 절망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면 부디 심기일전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다시 누군가의 빛나는 존재가 되기를 소망한다.
어느 누군가의 배우자로거나, 부모이거나 자녀로, 그 누군가의 희망과 기쁨이 되는, 반짝반짝 빛나는 존재가 되어주기를 진심으로 원한다.(끝)
이현웅 / 2019.07.03 16:24: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