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부분은 누군가의 존재로 살아간다.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고 위로가 되는 존재. 비록 현재는 아닐지 모르나 과거 어느 한 때에는 누군가에게 빛나는 사람이었으리라.
가진 돈과 열정, 시간을 다 쏟아 붓고 빚까지 진 채로 폐업을 기다리는 슬픈 카페 주인도 누군가에게는 빛나던 존재였을 것이다.
카페를 차리겠다는 내 결의가 처음으로 흔들렸다. 후배 형준은 여전히 카페 주인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애써 강조했다.
"그분은 카페를 할 타입이 아니더만요. 형은 잘하실 거예요. 딱 카페 주인 스타일이잖아요."
부끄럽지만 나는 그 말을 아부로 여기지 않았다. 마음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당신이 '다른 사람은 망해도 나는 성공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나도 그랬다.
시장조사를 계속했다. 인터넷에서 '음악카페', 'LP카페' 등의 키워드를 검색했더니 600개가 넘게 올라왔다. 그중 블로그나 여타 플랫폼을 통해 카페의 성격과 분위기 등의 특징을 정리하여 180곳을 추려냈다. 그중에서 카페 주인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은 곳에 전화를 걸었다.
처음엔 카페 주인들이 경계의 날을 세웠다. 생면부지의 사람이 불쑥 전화해서 이것저것을 물으니 마뜩지 않은 것이 당연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전화를 끊는 것은 그나마 친절한 편이었다. 먼 거리를 직접 가기에는 어려웠으므로 나는 인내심을 발휘해야만 했다. 어떤 곳은 여러 차례 통화를 했다.
다행히 마음의 빗장을 풀어준 사람도 여럿 있었다. 묻지 않는 것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주기도 했다. 그런데 그들이 내게 해 준 말들 중에 의아할 만큼 공통적인 것이 있었다. 왜 힘든 일을 시작하려 하느냐며 강하게 만류하는 것이었다.
처음엔 그저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내게 선배 된 입장에서 나타내는 염려 정도로 생각했는데 대화를 나눌수록 상당히 심각하게 느꼈다.
마침내 그토록 강하게 만류한 이유를 알았다. 그들 대부분은 카페 사업에 실패했거나 혹독한 시련 중에서 분투 중이었다.
그들은 일면식도 없는 내게 자신의 처지와 속내를 자세히 보여주었다. 어쩌면 가까운 사람들보다는 낯선 내게 털어놓는 것이 더 쉬운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수십 년 동안 몸담았던 직장에서 은퇴한 후 퇴직금을 몽땅 털어 넣었는데 손님이 없어 몸고생 마음고생만 하다가 결국 폐업을 앞둔 사람이 있었다.
꽤 큰 도시의 방송국 DJ 출신의 이력을 앞세워 운영하는 곳도 손님이 없기는 매한가지였다. 가족과 지인들의 반대에도 고집을 부려 카페를 차렸는데 몇 년 동안 빚만 진 채 자책감으로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카페 주인도 있었다.
그들은 낙담해 있거나 회한에 젖어 있었다. 돌이킬 수 없는 시간에 대한 안타까움과 앞으로의 날들에 대한 막막함이 전화기를 통해 전해져 왔다.(계속)
이현웅 / 2019.06.25 15:1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