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보기와는 항상 다른 꿈-(2)
주인의 태도에 기분이 가라앉았지만 성의를 다해 신청곡을 썼다. 후배도 ‘기가 막힌 곡’을 신청하겠노라며 떠벌렸다. 반드시 카페 주인의 도도함을 꺾어 놓으리라는 결의는 차마 비장하기까지 했다.
성공적이었다. 신청 메모지를 받아 든 주인은 한참이나 메모지를 바라보더니 우리 쪽을 향 했다.
“신청곡이 없네요.”
이런!
“유튜브에 있을 텐데요.”
“유튜브 안 합니다.”
카페 주인은 표정 없는 얼굴과 물기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신청곡을 들려주지 못하는 미안함보다는 오히려 당당함이 묻어 있었다. 말문이 막혔다. 후배와 눈길이 마주쳤다. 신청곡을 들을 수 없다는 사실보다 주인의 태도에 뻘쭘해졌다.
결국 카페 주인과의 대화는 그렇게 끝이 났다. 카페 운영에 관련된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한 채.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서 후배는 카페 주인에 대한 험담으로 씩씩거렸다. 한참을 듣다 보니 지겨워졌지만 거의 울분에 찬 그를 말릴 수는 없었다.
“주인이 저 모양이니 장사가 되겠어요? LP 음반이랑 스피커가 아깝네요. 에이씨.”
후배의 말은 점점 거센 독설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 카페에 손님이 없는 이유를 주인 때문이라고 생각한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것이 함정이었음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세월이 필요하지 않았다. 나는 손님들을 친절하게 대할 것이고, 따라서 내가 운영하는 카페는 성공하리라고 생각한 것은 서글픈 착각이었다.
그날 밤, 나는 잠을 쉬이 이루지 못했다. 그 카페와 주인에 대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솔직히 고백하지만 그 생각을 하고 싶어서 한 것은 아니었다. 옆에서 자던 후배의 코골이가 너무 심한 탓에 뒤척거리다 보니 이 생각 저 생각 중에 그 카페와 주인의 생각이 슬쩍 끼어들었을 뿐이다.
어쩌면 그때가 카페를 차리려는 계획을 포기할 절호의 기회였는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확신하건대 당신도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이 글을 좀 더 읽어도 좋다. 다음 글에서는 당신의 의욕과 사기를 반드시 꺾어 놓을 것이므로 마음을 단단히 준비하기 바란다.
만약 이쯤에서 카페를 향한 당신의 꿈을 접는다면 당신은 매우 현명한 사람이다. 꿈은 언제나 보기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로 당신이 어떤 결정을 했든 함께 음악 한 곡 들어보자.
아일랜드 출신의 얼터너티브 락 그룹 크랜베리스(Cranbarries>가 '자신의 꿈은 항상 보기와는 다르다'라고 부르는 <Dreams>이다.(계속)
이현웅 / 2019.05.21 18:2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