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군산신문 홈페이지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메인 메뉴

  • UPDATE. 2024-11-22 12:00:00 (금)

콘텐츠

  • 서광수출포장
  • 유한회사 서우파이프
  • 족발야시장 군산미장점
  • 명진토건(2024 창간)
  • 볼빅
  • 풍림파마텍
  • 군산대학교 강소특구
  • 군산 산림조합
  • 선일스틸(주)
  • k-엔지니어링
  • 이현웅의 음악이야기

    연재 <음악이야기> - 이현웅

    이현웅

    • 2019.05.08 10:13:34

    연재 <음악이야기> - 이현웅

    03. 슬픈 남자의 마지막 신청곡 -(4)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가까스로 참으며 허탈한 마음으로 카페에 돌아오자 직원이 메모지 한 장을 건네주었다. 남자가 남기고 간 신청 메모지였다. 신청곡은 Neil Diamond(닐 다이아몬드)이었고 사연란에는인생, 이별, 죽음이라는 글이 있었다.

    나의 우울함은 더 짙어져 갔다. 손님이 없었다는 이유 때문도, 유일하게 온 그 남자마저 돈이 없었다는 이유 때문도 아닌 그 우울함은 집에 도착해 잠자리에 들 때까지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날 밤,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자꾸만 떠오르는 그 남자에 대한 생각 때문이었다.

    그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렇게 혹독한 추위에 어디에 있을까? 고단한 심신을 눕힐 수 있는 보금자리는 있을까? 목도리도 없이 이 차가운 거리를 방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대체 어떤 슬픔이 있는 것일까? 메모지에 적힌 이별은 누구와의 헤어짐이었을까? 왜 죽음이라는 글을 썼을까? 설마 정말 죽음을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온갖 그에 대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뇌리를 점령했고 그것들은 폭군처럼 군림하는 불면의 지배 아래 끊임없이 나를 괴롭혔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를 힘들게 한 것은 그 남자에 대한 내 태도였다.

    나는 왜 그리도 옹졸하였던가. 그에게는 내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큰 슬픔이 있었을지 모르는데 같은 곡을 반복해서 신청했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얼마나 언짢아했던가. 마지막 신청곡 한 곡 더 들려주는 게 그 무슨 어려운 일이라고 그렇게 몰인정하게 보내야 했을까.’ 카페를 찾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하고, 설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그 설움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댈 수 있는 양지바른 담벼락이 되어 주겠노라던 처음 마음을 잃어버린 채 한낱 장사꾼으로 영락(零落)해버린 자신이 너무 실망스러워 깊어가는 새벽만큼이나 서글픔도 깊어만 갔다.

    다음 날, 남자는 오지 않았다. 그다음 날에도, 며칠 후에도, 몇 달 후에도,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도 그 남자는 오지 않고 있다.

    그를 휘감고 있던 슬픔의 정체는 끝내 알 수 없었다. 나는 카페에서 일어난 일들을 기록한 일기장에 그를세상에서 가장 슬픈 남자라고 적어놓았다.

     

    오늘도 나는 그를 기다린다. 자신이 방문했었다는 사실조차 잊은 채, 아무렇지도 않게 카페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그 남자를. 그리하여 이번에는 단지 커피와 술을 파는 상인으로서가 아니라, 삶이 고단하여 지친 그에게, 설움이 가득할지도 모를 그 남자에게 뜨거운 가슴으로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진정한 DJ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하면서 오늘도 그 남자를 기다린다. 그가 마지막으로 신청하려 했으나 나의 몰인정함으로 듣지 못했던 을 들으며 말이다.<>

     

    이현웅 / 2019.05.08 10:13:34


  • 효성해링턴

  • 카피라이터

    LOGIN
    ID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