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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현웅의 음악이야기

    연재 <음악이야기> - 이현웅

    이현웅

    • 2019.04.23 17:14:44

    연재 <음악이야기> - 이현웅

    03. 슬픈 남자의 마지막 신청곡 -(2)

     

    신청곡은 <아름다운 강산>이었다. 단 몇 분이라도 시간을 줄여볼 요량으로 이선희 버전을 추천했지만 그는 반드시 8분짜리 신중현 버전이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언행이 마뜩지 않았지만 도 닦는 심정으로 네 번째 신청곡을 틀었다. 그는 노래를 듣는 동안 눈을 감은 채 고개를 흔들고 발장단을 맞추며 음악에 심취해 있었다.

    한 곡만 듣고 가겠다던 애초의 말을 믿은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나는 그때쯤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다. 긴 노래가 끝나자마자 영업이 끝났음을 알리는 멘트를 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남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음악실 쪽으로 걸어오더니 소리치듯 말했다.

    “DJ 아저씨! 새디스트 씽 한 번만 더 틀어주십쇼!”

    이번엔 아저씨란다. 나는 결국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고백하지만 결코 아저씨라는 호칭 때문은 아니었다. 멘트를 중단하고 밖으로 나와 그에게 갔다. 가까스로 침착하게 영업이 끝나서 퇴근해야 함을 알렸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떼를 썼다.

    “DJ 형님, 부탁드립니다. 형님! 제가 말입니다. 지금 제가 정말 슬픕니다. 너무 슬퍼서 그럽니다.”

    이번엔 형님이란다. 무슨 일 때문에 슬픈 것이냐고 묻고 싶지 않았다. 다만 거의 애원하는 표정과 몸짓을 차마 거절할 수는 없을 뿐이었다. 할 수 없이 또 같은 노래를 틀었다.

    남자는 음악실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더니 네 번째 같은 곡을 들으며 또 흐느꼈다. 남자에게서 느끼는 여러 가지 감정들이 교차했지만 그저 더는 그와의 갈등이 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남자의 흐느낌과 나의 인내심이 어우러진 다섯 번째 신청곡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는 영업이 끝났다는 멘트를 신속하고도 간단하게 한 후 오디오의 전원 스위치를 꺼버렸다.

    음악이 없는 카페는 적막강산의 과장된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고요했다. 그 고요를 깨뜨린 것은 남자였다.

    음악이 왜 안 나옵니까?”

    끝났습니다!”

    직원들은 마치 미리 연습이라도 한 듯 동시에 이구동성으로 힘주어 말했다. 그들의 말투에는 이미 친절함이 남아있지 않았다.

    끝났어요? 신청곡 한 곡 남았는데…….”

    남자는 신청 메모지를 들어 흔들며 말했다. 결국 내가 나섰다.

    선생님! 한 곡은 여운으로 남겨 놓으시지요.”<계속


    이현웅

    카페 음악이야기대표 DJ

    군산시 신지길 66(지곡동)

     

     

     

     

    이현웅 / 2019.04.23 17: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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