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어의 독
모든 생물들은 독특한 방법으로 자신의 몸을 보호하고 종을 번식시킨다. 물고기도 예외는 아니며, 물고기의 독 역시 자신을 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물고기의 독에 관해 생각할 때 가장 일반적인 것은 복어의 독일 것이다. 복어를 식용으로 이용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일본과 중국, 그리고 일부 아프리카 국가에 불과하지만, 인류가 아주 오랜 옛날부터 식용으로 이용해온 물고기이다. 우리나라 석기시대의 패총에서 복어의 뼈가 출토되고 있고, 약 2천년에 기록된 중국의 ⌜산해경(山海經)⌟에는 “복어를 먹으면 사람이 죽는다”는 기록이 있다.
최근에는 드문 일이지만, 복어 전문 요리사 자격증 제도가 없었던 수 십 년 전에는 복어의 경제적 가치가 크지 않았던 때라서 해망동 어시장에서 싸게 구입한 복어를 가정에서 요리해 먹고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복어 한 마리에 물 세말’이란 속담은 복어의 혈액 속에 독이 있기 때문에 물로 깨끗이 씻어서 요리해야 한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복어의 독은 혈액과 생식소, 알, 근육에 포함되어 있으며, 주로 참복과의 어류에 많이 포함되어 있다. 복어의 독성분은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독은 강한 신경독소의 일종으로 신경을 마비시킨다. 복어의 독을 먹었을 때 증상은 처음에 혀끝이 마비되고, 손가락이 마비되면서 두통이 수반된다. 이어서 언어 장애와 호흡곤란 혈압강하의 증상이 나타나고 심하면 사망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중독 증상은 보통 복어를 먹은 후에 30⁓40분 후에 나타나고, 중독 증상이 나타난 후 8시간 이상 생명을 유지하면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복어의 독에 중독 증상이 있으면 인공호흡으로 생명을 유지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복어의 독은 종에 따라서 독이 있는 것과 없는 것, 독이 있는 부위와 없는 부위가 다르며, 심지어 같은 종이라 하더라도 계절에 따라서 또는 사는 장소에 따라서 독성이 다르기 때문에 복어를 안전하게 먹기 위해서는 복어 전문 요리점을 이용해야 한다. 특히 외국에서 수입된 복어나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복어를 가정에서 요리해 먹는 일은 삼가야 한다. 십여년 전에는 동남아에서 사료용으로 수입된 복어류가 국내의 식당에 유통되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예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식용으로 인기 있는 복어는 참복과의 자주복, 황복, 참복, 까치복, 은밀복, 흑밀복 등이며, 연안에서 쉽게 잡히는 복섬은 내장을 발라낸 후 말려서 요리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사진] 복섬
필자약력
한국어류학회회장, 수산과학총연합회 회장, 수협중앙회 교육위원 역임
(현재) 국립군산대학교 해양생명응용과학부 교수
최 윤 / 2018.10.18 10:4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