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
바닷물고기와 민물고기는 몸 밖의 물과 체액의 농도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환경에 적응하여 살아가기 위해서는 삼투압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 물고기들은 어떻게 삼투압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먼저 담수어는 체외의 민물보다 체액의 농도가 높기 때문에 아가미를 통해서 수분을 지속적으로 유입한다. 물속의 염류를 받아들여 체내의 염류 함유량을 유지하는 한편, 다량의 묽은 오줌을 배설하여 삼투압을 조절한다. 반대로 바닷물고기는 바닷물보다 낮은 농도의 체액을 가지고 있어서 수분이 아가미를 통해 몸 밖으로 빠져나가므로 생리적 탈수의 위험이 있다. 따라서 바닷물과 함께 입을 통해 들어온 염류의 대부분을 아가미를 통해 내보내는 한편, 소량의 진한 오줌을 배설함으로써 삼투압을 조절한다. 물고기는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척추 아래에 잘 발달된 신장을 가지고 있다.
홍어와 상어 등 연골어류는 체액에 요소를 함유하고 있어서 바닷물과 등장액을 이루게 되므로 몸 밖과 안쪽의 삼투압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한다. 그러나 이 물고기들이 죽으면 곧바로 박테리아가 작용하여 요소를 요산으로 변화시키면서 독특한 냄새를 내게 된다. 쉽게 말해서 홍어가 상하는 것인데, 이것을 삭힌다고 표현하며, 홍어의 경우는 싱싱한 것보다 삭혀서 어느 정도 신선도가 떨어진 것을 즐기는 미식가들이 많다.
그렇다면 삭힌 홍어를 이용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돛과 바람에 의존한 어선을 이용했던 옛날, 흑산도를 비롯한 먼 바다에서 조업을 하고 육지에 돌아오려면 며칠은 항해를 해야 했고, 얼음과 냉동 기술도 없었기 때문에 아무리 시원하게 보존한다 하더라도, 육지에 돌아왔을 때 어획물은 신선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때 우연히 신선도가 떨어진 홍어의 독특한 맛을 알게 되었고, 그 후부터 홍어를 삭혀 먹는 방법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과거에 시골에서 잔칫날이 되면 이삼일 전에 헛간의 잿더미 속에 홍어를 던져 놓았다가 냄개사 코를 자극할 정도로 삭혀서 찜이나 탕으로 요리해 먹곤 했다. 흑산도에 가면 항아리 속에 짚을 깔고 참홍어를 얹어 놓았다가 며칠 삭힌 뒤에 먹는데, 묵은 김치와 삶은 돼지고기를 곁들여 먹는다. 삭히는 정도는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쏘는 맛을 즐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코끝을 약간 쏘는 정도의 맛을 좋아하는 사람 등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서해안에서 ‘간재미’라고 불리는 것이 홍어이고, 주둥이가 좀더 뾰족하고 흑산도 해여에서 주로 잡히는 것은 참홍어이다.
최윤
(전) 한국어류학회회장, 한국수산과학총연합회회장
현 군산대학교 해양과학대학 해양생물공학과 교수
최윤 / 2019.05.14 17:0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