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 신는 날
신재순
장화를 샀어
으아악 웅덩이도
마구 밟고 지날 수 있겠지
비가 오는 날이
기다려질 거야
오늘 나는 장화를 신어
해는 높고 새들도 훨훨 나는데
왜 장화를 신냐고?
장화를 샀어
바삭바삭한 날 신고 싶어서
장화도 이런 날을
좋아할 것 같아서
<동시마중> 2020년 5·6월
*
∥신재순 (시인/전북작가회의 회원)
젊은이들이야 감각적으로 화창한 날 장화를 신기도 하고, 한 여름에 부추를 신기도 하지요. 그런데 아이들에게 장화는 마치 꼭 비오는 날만 신어야 할 것처럼 가르치기도 하고, 그렇게 인식하게 하기도 하지요. 그런 생각을 조금 바꿔보면 어떨까요? 장화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어쩌면 만날 어둠침침 흐리고, 물기많은 날에서 한번쯤 벗어나보고 싶을 지도 몰라요. 그래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해는 높고 새들도 훨훨 나는데 그 밝은 날 장화를 신고 껑충껑충 뛰어다니는 귀여운 어린 아이를요.
신재순 / 2020.06.04 11:26: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