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복지관은 아직까지 법상 노인여가복지시설이지만, 지역사회내 다기능노인복지센터로써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사업을 수행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 중 어르신들의 가장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는 것이 여가프로그램이다.
어르신 개인의 선호와 취향을 기반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참여기회를 제공하기도 하고, 어르신들이 주도하여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이끌어 가기도 한다. 취미와 여가를 전제로 학습의 과정을 이끌어가는 교과목이라고 생각하면 될것이다.
학습과정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은 학창시절 보통의 학생들의 모습과는 사뭇다르다.
아마도 학생들이 가장 반기는 학교생활은 방학이 아닐까.. 간혹 휴강이라도 있는 날이면 행운같은 행복을 느끼기도 했던 듯하다. 그러나 우리 어르신들에게 휴강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다. 휴강을 공지하기 전에 숨고르기를 먼저 해야하는 우리를 보면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어르신 000반 강사님 사정으로 내일 수업이 쉬어요’ - ‘어쩔 수 없지, 그런데 보강은 꼭 해야지, 그래도 수업시간에 강의실은 비어 있을 테니 우리가 나가서 알아서 자습해도 되는거지?’ 보통의 어르신들은 이해하며 다른 방법으로의 수업참여를 하지만, 일부 어르신들의 휴강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걸러내지 않고 그대로 표출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엔 참 난감하다. 학습에 대한 강한 의지를 무어라 방어할 수 있겠는가.. 있는 그대로 그 감정을 다 받아들여야 하는 날엔 현장에 꽤 오랫동안 근무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소화하기 어려운 일이 되곤 한다.
대개의 어르신들은 휴강에도, 방학에도 스스로 나와 본인이 참여하고 있는 수업에 자습하며 성실하게 참여한다. 강력한 태풍이라고 예고되었던 ‘솔릭’이 온다는 소식에도, 폭염으로 숨쉬기조차 힘겨웠던 뜨거운 날에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그 시간을 지켜왔다. 늘 그래왔듯 폭설로 대중교통조차 순조롭지 않은 날에도 한 걸음 한 걸음 조심히 떼어가며 다른 날 보다 더 서둘러 채비하고 수업시간을 맞춰 올 것이다.
매일 이어지는 일상의 수업이 왜 이처럼 소중한 것일까. 간혹의 휴강에 은근슬쩍 쉬어보는 것이 좋을 법도 한데, 스스로의 학습을 택하거나 안타까운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하루라도 더 배움을 일궈내고자 함일까...
배움에 대한 어르신들의 자세에서 그 이유를 찾아내는 것은 그리 중요한 일은 아닐것이다. 다만, 우리가 그들의 모습에서 귀한 깨달음을 얻을 뿐...
꾀를 내지 않고 성의를 다하는 자세, 어떤 상황에서도 충실히 본분을 다하며 자리를 지키는 모습, 빠짐없이 참여하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이행.. 이것이다.
어르신들이 그들의 여가를 대하는 자세! 중요한 책무를 수행하듯 오늘도 그 자리에 앉아있다.
박수진 / 2018.09.05 09:0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