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가 변할때마다 복지관에 가장 많은 민원은 실내 온도와 관련된 문제이다.
사실 복지관에서는 절기와 관련없이 냉난방이 가동된다. 에어컨 가동중지와 동시에 히터가동이 시작되니 말이다.
가동시기를 논의하고 어르신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결의된 일정을 공지문으로 큼직만하게 부착해 두었지만 소용없는 일이다. [‘더우니까’, ‘추우니까’ 오늘만..]이라는 한정적 단어가 매일 전해지기 때문이다. 선의의 이해와 배려를 바라며 후세대를 위한 녹색에너지운동을 펼쳤지만 효과는 변변치 못했다.
날씨와 관련해서 어르신들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라 공용시설인 복지관에서 개인을 배려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음을 일부 어르신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
요즘처럼 기승을 부리는 무더위에는 에어컨 온도를 높이거나 낮추는 문제가 죽고사는 문제마냥 심각한 갈등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에어컨 온도를 낮춰라, 높여라, 잠시 꺼달라, 틀어달라는 상반된 요구사항들로 분주하게 울리는 전화벨은 짐짓 공포를 느끼게 한다. 정중히 요청하는 어르신이 있는가하면 받자마자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로 시작되는 분들도 있다.
“내가 에어컨 틀으라고 했지? 너 짤라버릴까?” 에어컨을 틀고 끄는 문제로 우리를 놀고먹는 복지사로 치부하는 어르신들로 아침부터 마음은 만신창이가 된다. 이는 우리에게로만 향하는 문제가 아니라 그들간의 치열한 갈등으로 이어진다. 요즘같은 날엔 하루의 일상이 온도설정의 문제로 다투는 곳곳의 어르신들을 중재하는 하는 일로 채워지기 일쑤이다. 켰다 껐다를 무조건 반복할 수도 없는 일이고, 이해와 설득의 효용성을 지닌 어르신들도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언제나처럼 쉼없이 이해를 바라는 메시지와 더불어 상황에 따른 대안을 제시하며 응하고 있다.
아침 8시면 어김없이 시작되는 복지관에서의 일상,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에 오로지 두계절만 존재하는 복지관의 아침은 온도의 전쟁이 시작된다. 냉방과 난방의 차이만 있을뿐, 온도설정 사이의 치열한 다툼이 오늘도 시작되었다.
[‘여기가 집이면 이렇게 에어컨을 틀어놓겠느냐’는 항변에서부터 ‘국가에서 시원하게 지내라고 해줬는데 무슨 상관이냐’ ‘추우면 니가 나가라’ ‘더우면 니가 집에가서 틀어놓고 있어라’ ]의 갈등은 다양하게 확산된다. 개인사적인 문제와 더불어 그옛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한쪽은 기억해 낼수도 없는 일조차 끌어들여 끝이없이 이어진다. 화해는 먼 이야기가 되고, 우선은 분노하는 상황을 잠시 멈추는 일이 목표가 된다.
서로가 공유하는 공간에 생활하는 만큼 둘레를 보며 살아가는 어르신들이 되면 좋겠다.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듯 온도를 느끼는 차이도 더불어 이해하려는 우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무리한 욕심이 아니길 기대해 본다.
채명룡 / 2018.07.30 19: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