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관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의 의사 전달법을 보면 참 많이 닮아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어르신들이 더 많이 계신다는 걸 전제해 두고서 말이다.
대개 어르신들이 내는 목소리에는 우리를 향한 지지와 격려의 말보다
어르신 입장에서의 요구에 대한 목소리가 더 지배적이다.
[‘다른 프로그램 강의시간은 2시간인데 우리반은 왜 1시간이냐!, 바둑 장기실 이용자가 많으니 장소를 넓혀달라.. 노래방 신곡이 새로이 나왔는데 아직도 등록되어 있지 않다, 공휴일도 문을 열어달라’ 등]
강사의 시간도 고려해야하고, 바둑 장기실 뿐 아니라 대개의 공간이 이용자보다 협소하다는 것은 오랜 과업이 된 문제이고, 신곡 업그레이드 역시 일정시간 이용이 제한되는 것을 원하지 않은 어르신들의 의견도 있다는 것, 공휴일 근무의 경우, 복지기관 종사자에게도 합법적 근로시간 적용을 해야하는 것.
그들의 의견은 조화로운 대화의 과정으로 균형을 이뤄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할 터이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들은 당장에 해결되지 않으면 안되는 긴급한 사안이 되어 늘 과장되고 거칠게 전해온다. 특이한 것은 앞서 이야기 한 요구사항을 전하는 당사자는 단지 전달하는 사람일뿐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점이다.
[‘나는 괜찮은데 다른 사람들 불만이 엄청나다.. 곧 큰 사건이 일어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사무실에 항의한다는 걸 말리고, 어쩔 수 없이 본인이 나선 것일 뿐이다’]
그렇다면, 왜 어르신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정당하게 내는 일에 불편해하는 것일까. 어쩌면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이야기 하기 어려웠던 시절을 힘겹게 버티어 견뎌냈던 흔적이 아닐까.
그러나 지나간 과거에 발목 잡혀 현재를 제대로 살지도 못하고 오지 않은 미래의 불안 때문에 지금을 누리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렇다면, 화나고 속상한 일들을 경험한 사람들이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며 일시적 위안을 받는 “감정받이”의 역할이 필요할 수 도 있겠다. 그렇게 되면 적어도 자신의 문제를 가까운 사람에게 투사하지는 않을터이니 지혜롭게 대처해 보아야할 것이다.
남들이 그러더라는 주체없는 이야기도 있는그대로 들어주고 수용하는 일, 성숙한 소통의 장을 열어주는 대나무 숲과 같은 공간!
우리 어르신들에게도, 우리에게도 대나무 숲과 같은 공간을 마련해 보자.
(박수진/군산노인종합복지관 부관장)
채명룡 / 2018.07.11 09:1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