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조성원 법률사무소
군산대학교 사회과학대학 법학과 겸임교수
변호사 조 성 원
어느 어린 남학생의 성범죄 사건을 변호하게 되었다. 남학생은 여학생과 서로 교제하는 과정에서, 합의에 따라 행한, 자연스러운 스킨쉽였다라고 말하며 억울해 하지만, 여학생은 동의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명시적인 거절도 존재하지 않았다.
‘직장, 위계 등’의 몇 가지 추가 사항을 제외하고는, 유명 정치인의 재판상 논쟁과 매우 흡사하다.
서로 ‘(속칭) 썸 타는 단계’에서 또는 ‘교제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뽀뽀해도 돼? 키스해도 돼? 가슴 만져도 돼?”라고 묻는다면, 상대방은 어떤 생각을 할까?
성폭행은 크게 ‘폭행 또는 협박에 의해 간음(강간)’, ‘폭행 또는 협박에 의한 추행(강제추행), 업무나 고용관계 등에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주는 언행이나 불응했을 때 불이익 등(성희롱)’으로 크게 분류할 수 있고, 강간과 강제추행은 형사법 영역에서, 성희롱은 양성평등기본법, 국가인권위원회법, 고용평등법 등으로 각 규율된다.
성폭행범죄를 처벌하는 이유는 ‘성적자기결정권(성행위의 자유, 성행위 상대방 선택의 자유 등)’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결국 ‘상대방이 성적 모멸감, 성적 수치심 등을 느끼는 행위였는가?’이고, 실무에서는 ‘상대방의 동의가 있었는지 여부’가 범죄 성립 여부의 핵심이다.
그런데, 성적 행위는 대체로 둘만 있는 공간에서 은밀하게 또는 상대만 알게 행해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래서 증명이 대체로 당사자들의 진술만에 의존하게 된다.
그리고 증명을 요하는 중요 사실은 ‘상대방의 거절 또는 동의 표시 존재 유무’이다.
그런데, 청약과 승낙이 존재하는 일반 계약처럼 증거를 남기기 위해 “나 너의 동의를 녹음해도 될까? 나 너가 동의한 것을 동영상으로 찍어도 될까? 너의 동의를 서면으로 남겨도 될까?”라고 말할 수 있을까? 대부분은 그 순간의 분위기에 따라 특별한 언급 없이 상대방의 눈빛과 몸의 반응에 따라 성적 행위의 종류와 정도 등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사랑을 할 때는 ‘계약서 작성이 불가능한, 성적 행위’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성범죄자가 될 수 있는 위험성으로 연결된다. 다른 모든 언행처럼 상대방의 마음을 세심하게 읽고 이에 반응하는 것 외에는 낭만적인 사랑을 하는 동시에 성범죄자가 되는 것을 피하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아울러 ‘둘만의 내밀한 영역에 대한 평가’가 너무 쉽게 행해지는 사회적 분위기가 왠지 씁쓸하기도 하다.
채명룡 / 2018.08.27 17:4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