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포천변 깨꼬랑
200년 넘는 역사 간직한 중동 당산제
3.1운동 발상지와 철도 따라 이어진 삶 터
중동 서래마을부터 금강하굿둑으로 향하는 해안도로는 풍어제의 역사와 군산의 근대역사를 간직한 공간이다.
무사히 바닷길 다녀오라며 신에게 안녕을 빌었던 중동당산제는 매년 새해 시민들의 안녕과 풍년, 풍어를 기원하는 공동제례이며, 일제강점기 신문용지를 실어날랐던 철길마을은 관광지로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금강하굿둑 해안가는 군산3.1운동 100주년기념관, 채만식문학관 등 다양한 전시장과 길게 늘어진 해안도로를 걸을 만 하다.
중동 서래포구마을에 위치한 성황당
마을의 안녕 기원 ‘중동 당산제’
중동 당제는 2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군산의 유일한 동제(洞祭)로, 제의 목적은 주민의 안녕과 복을 축원하고, 풍년과 풍어를 기원했음을 알 수 있다.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농토는 대부분 주택단지가 되었으나 어업은 지금도 이곳 주민들의 경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당제는 분향·강신·헌작·독축 순으로 진행된다. 옛날에는 책 한 권 분량의 축문을 다 읽었으나 지금은 앞부분만 읽는다.
제관이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며 소지를 올리고 제를 지내는 동안 풍물치는 사람들은 대기하고 있다가 제가 끝나면 주민들이 올라와 음복하고 풍물 가락에 맞춰 흥겹게 어울린다.
서래산에 있던 당집은 정면 1칸 측면 1칸의 기와집이었고, 그 옆에 당지기 할머니가 살면서 당을 지켰다고 한다. 당제의 대상은 산신과 당할아버지, 당할머니, 이공(李公), 오공(吳公), 조공(趙公) 등으로 정월 열나흘에 지냈으나, 요즘은 대보름날 지낸다.
현재 당에 모신 신령들의 화상(畵像)은 현 위치로 옮기면서 새로 그려 모셨고, 서래산의 당집 화상은 보존되고 있다.
제관은 2명이며 정월 대보름 며칠 전부터 동네 아주머니들이 목욕재계하고 술과 음식을 정성스레 준비했다고 한다.
제사가 끝나면 주민들은 풍물패를 지내고 거리제를 지냈으며, 만조가 되는 시간에 맞춰 금강의 지류인 경포천변(깨꼬랑)에 돼지머리와 음식을 차려놓고 풍어제(용왕제)를 지냈는데, 요즘도 비슷한 절차로 행해지고 있다.
기차 떠난 경암동철길마을 철로는 마을 주민들의 쉼터다
추억의 기적 소리, 경암동철길마을
‘깨꼬랑’ 경포천변에서 군산경찰서 쪽으로 건너가면 우리에게 익숙한 긴 철로가 눈에 보인다. 바로 경암동철길마을이다.
어린시절 목청껏 부르던 “기찻길옆 오막살이”라는 노래가 절로 생각나는 경암동철길마을은 철로와 집의 거리가 1미터 남짓도 안 되는 사이를 비집고 들어 앉은 철로가 일상이라는 삶과 어우러져 어색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절묘한 곳이다.
1944년 이래 개설된 철도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동네를 이루었고 197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마을이 형성되었다.
일제강점기 1944년, 신문 용지 재료를 실어나르기 위해 최초로 개설된 이곳은 1950년대 중반까지 ‘북선 제지 철도’로 불렀다.
1970년 초까지는 ‘고려 제지 철도’, 그 이후에는 ‘세대 제지선’ 혹은 ‘세풍 철도’, ‘페이퍼 코리아선’ 등으로 불려 왔다.
현재 이곳은 진포사거리(이마트 앞)를 기점으로 마을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마을과 관광지로 개발된 상업공간이 나뉘어져 있다.
철길마을 공중화장실에서 구암세풍아파트 방면으로 향하면 한강 이남 첫 3.1 만세운동이 일어난 군산의 흔적을 기록한 ‘군산 3.1운동 100주년 기념관’이 있다.
군산3.1운동 100주년 기념관
한강 이남의 첫 3.1만세운동 발상지
군산 3.1운동 100주년 기념관(이하 기념관)은 1919년 한강 이남의 첫 3.1 만세운동과 총 3만7,000여명이 참가해 28차례 지역 만세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건립했다.
기념관은 교사와 학생이 주도적으로 3.5 만세운동을 이끈 영명학교를 재현해 3층 규모(연면적 969.2㎡)로 조성했다.
기념관 1층 추모기록실은 3.5만세운동과 항일독립운동 역사를 기억하고 순국선열을 추모하는 곳으로, 2층 역사재현실은 관광객이 그날의 함성과 나라사랑 정신을 느끼는 공간으로 꾸몄다. 3층 체험교육실은 태극기 만들기, 만세운동 전파하기, 독립군 기념촬영 등을 체험하는 장소로 만들었다.
3.1운동기념관 언덕빼기를 내려와 길게 늘어진 해안도로를 걷다 보면 진포시비공원, 채만식문학관, 물고기가 다니는 길 ‘어도생태학습장’, 최무선 장군을 기리는 ‘진포대첩비’ 등 여유롭게 걸어서 역사와 자연의 정취를 만끽할 만한 코스가 다양하다.
김혜진 / 2022.11.21 15:5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