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일 회장
“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 없어
밝은 달만 쳐다보니 외롭기 한이 없다~~(후략)“
이 노래의 제목은 ‘고향 생각’으로 현제명 선생이 1923년 미국유학 시절에 만든 곡이다. 외로움과 그리움이 가득한 노래로 듣노라면 아득하고 아련한 추억에 젖어들게 된다.
세상이 어렵다 어렵다 하지만 내 고향 군산만하랴. 들리는 소리마다 부정적인 것들이다. 왜 이리도 힘들고 어려워졌는지 모르겠다.
대기업의 공장 몇 개가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지역 경제는 뿌리째 흔들렸다. 인구가 줄어들고 골목 경제도 어려워졌다.
이런 저런 소리도 많았으나 그 중에서도 군산시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건 군산 전북대병원 건립 사업이다.
아파 본 사람은 알겠지만, 없는 사람들은 아플 때가 가장 서럽다.
지난 날을 굽어보자면 참 기가 막힌다.
15년 전의 어느 날, 느닷없이 군산에 전북대병원을 건립한다는 계획이 발표되었다.
2012년 10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건립 속도에 불이 붙었다. 2012년 12월 5일, 문동신 군산시장과 당시 정성후 전북대학교 병원장이 ‘군산 전북대학교병원’ 협약서를 체결했다.
예정 부지가 도심과 동떨어진 백석제이어서 처음부터 논란이 많았다. 백석제가 고려 말 시절부터 존재했던 문화유산이라는 주장과 함께 멸종위기 2급 독미나리와 왕버들 군락지 자생지역이라는 환경보호단체의 민원이 가해졌다.
그후로 백석제 인근으로 병원이 들어선다는 사전 정보를 입수한 특정인의 땅투기 의혹 등등 여러 색깔의 말들과 괴담 수준의 소문들이 퍼져 나갔다.
결국 새만금지방환경청은 ‘도시관리계획시설(군산전북대병원)결정’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본안에 대해 ‘반려’를 결정했다.
3차 진료기관 전북대 병원이 군산에 온다는 소식에 가슴이 부풀었던 시민들은 실망에 실망을 거듭했다.
사업을 추진했던 군산시와 문동신 시장은 도덕성 시비에 휘말렸다.
표류하던 이 병원 건립사업은 2016년 말 군산시 사정동 월명종합경기장 인근으로 부지가 변경되었다. 당초 2017년 완공에서 4년 연장된 2021년 완공을 목표했다.
2017년 7월 병원측이 경제성을 이유로 군산 분원의 설립 철회 움직임을 보였다. 군산조선소가 폐쇄되고 한국 GM이 철수하는 등 군산 경제에 빨간 불이 들어오자 병원 사업비 절반 이상을 부담하는 전북대병원의 입장이 바뀐 것이다.
2018년부터 부지 매입을 책임지기로 한 군산시는 병원 예정 부지에 대한 보상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감정가가 시세에 비해 턱없이 낮다고 주장하는 토지주들의 반발에 막혔다.
설상가상으로 2019년부터 약 3년간 코로나19로 인한 암흑기가 찾아왔다.
한 발 짝도 움직이지 못하던 사정동 병원 예정 부지 문제에 해법을 던진 건 바로 신영대 국회의원이다.
신 의원은 지난 2020년 제21대 군산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후 땅값을 높여 받으려는 토지주들에게 “계속 늦어질 경우 병원 부지를 내흥동 신역사 부근으로 옮길 수도 있다.”면서 설득했다. 결국 토지주들이 땅을 매도하기 시작했다.
2024년 봄 동부건설 컨소시엄으로 시공업체도 정해졌다. 눈 앞의 장애물이 모두 없어진듯 했으나 여전히 착공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지역사회 불신과 아쉬움이 커지고 있으며, 누구보다 3차 진료기관의 수혜를 기대했던 아픈 사람들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신영대 국회의원이 지난 12월 11일 양종철 전북대학교병원장을 만나 병원 건립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으며, “군산전북대병원을 반드시 건립하겠다 ” 는 약속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전북대병원도 나름 고민과 고통이 있으리라고 본다. 그러나 그들 또한 국가의 사무를 위임받은 공공기관 아닌가. 위민(爲民)을 생각하길 바란다.
‘해는 져서 어두운 데 찾아오는 사람 없이........’ 15년이나 묵혀놓은 사업이다.
아픈 사람에겐 병원이 하나님이다. 더구나 전북대병원에서 누차 사업 추진을 약속했던 일이다.
내년에는 발 빠른 행동을 기대한다. 늦어도 설날이 지나고 나면 곧바로 착공 소식이 들렸으면 한다.
박승일 본지 회장 / 2024.12.31 09:5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