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공 4차 대성 경로당 어르신에게 삶의 의미 찾아주기
인문문화예술연구회 ‘라온이음(회장 손미자)’ 사업 수행
전북문화관광재단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나이 일흔을 넘어 거동이 자유롭지 못한 동네 할머니들의 참새방앗간은 다름 아닌 경로당이다. 할머니는 물론 할아버지들이 무료한 일상을 보내기에 ‘화투’처럼 좋은 놀이가 없다.
그러나 화투와 TV는 말하자면 ‘시간 보내기’, 혹은 ‘시간 죽이기’라고 생각될 정도로 무의미한 삶을 이어갈 뿐이다.
이처럼 무료한 일상에 활력을 얻게 해주는 사업을 시도하는 ‘라온이음’ 단체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5월 16일 오후 2시 주공 4차 대성 경로당. 경로당 회원 할머니 12명이 모였다.
“화투 대신 ‘화락(和樂)’으로 피어나는 경로당 이야기”를 주제로 수업이 시작되는 날이다.
프로그램을 맡은 인문문화예술연구회 ‘라온이음(회장 손미자)’은 ‘경로당, 마을, 생활 공간, 문화 소외계층에게 문화예술 교육을 통해 예술이 삶과 멀어지지 않고 지역 안에 스며들도록 만들어 주는 역할’을 목표로 뜻을 같이하는 20여 명의 회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날 강사로 손미자 회장(시인, 군산문인협회)이 나섰다. 화투의 무심함에서 할머니들이 벗어날 수 있을까. 시험대가 마련되었다.
“할머니들에게 자기 이름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어요. 자연스럽게 이름을 말하면서 어떻게 살아왔는가에 대한 서사를 말씀하시더라고요.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살면서 ‘자신의 삶’에 대하여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었던 거죠.”
어느 한 지역, 특정 아파트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70대 이후 노인 세대들에게 재밌는 인생을 살아가는 방향을 제시할 수 없을까에 대한 고민이 만들어낸 프로그램의 시작이다.
‘재밌게 놀기’를 배우지 못한 베이비붐 세대 이전, 너무나 각박한 인생을 살아왔던 원로 세대들에게 이 프로그램을 통하여 삶의 가치를 새롭게 만들어 주려는 시도는 신선하다.
고령의 어르신들이 모여 자기 삶과 기억을 이야기하고 표현하는 문화 생산 주체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는 이 사업은 올 11월 말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25회 이어진다.
“그림책은 고령 어르신들과 쉽고 함께할 수 있는 적합한 매체이거든요. 개인 삶과 마을 이야기와 더불어 다양한 일상의 감정들을 쉽게 꺼낼 수 있고요. 또한 또래 어르신이 쓴 시를 감상하며 자기 적용과 함께 ‘우리도 할 수 있는 것’을 경험하게 할 겁니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무의미한 일상을 보내왔던 할머니들이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고 남은 생을 의미 있게 보낸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운동 주공 4단지는 서민 공공임대주택 밀집 지역으로 문화시설 접근성이 낮고, 어르신들이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 또한 매우 제한적이다.
이번 사업이 진행되면서 경로당이라는 다소 제한적 공간이기는 하지만, 고령의 노인들이 ‘문화예술은 단순한 여가가 아니라 삶의 활력을 찾고, 관계를 다시 연결하며, 스스로 표현할 수 있는 중요한 매개가 된다’는 걸 알아갈 것이다.
매주 토요일의 “화투 대신 ‘화락(和樂)’으로 피어나는 경로당 이야기”에 노인분들의 참여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수업에서는 그림책 스토리텔링, 또래 어르신이 쓴 시 맛보기, 그 외 다양한 통합 활동으로 문화예술교육을 실시한다.
손미자 강사는 “4계절을 체험하듯, 인생에도 4계절의 서사 구조를 적용해 봄(탄생/희망/젊음), 여름(열정/고생), 가을(결실/성찰), 겨울(나눔/인식)로 구성하여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채명룡 기자
채명룡 / 2026.05.22 13:15:13
